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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풍수와 환경성 평가 - 전준열

전준열(전주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

흔히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로 불리는 “풍수(風水)는 사람, 땅과 물, 대기 등 자연환경과 음양오행사상을 기본요소로 하고 조상의 유골을 땅에 묻는 묘지(陰宅) 풍수와 사람이 거주하는 집과 더 나아가 마을, 도시를 만드는 양택(陽宅)풍수 등 위주로 발전되었다.

 

물론, 풍수는 이성을 통해 자연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기보다 직관에 의존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 경험과학이 될 수 없다거나 인간의 길흉과 결합한 샤머니즘, 미신의 일부라고 비판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풍수는 전통적인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나무, 돌, 길, 동산, 물, 산, 산맥 등 자연환경에 순응, 상생하고 더 나아가 환경이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저항까지도 하였다. 이와 같이 풍수사상의 저변에는 인간이 자연 자체를 숭배, 경외심, 복종심으로 대하는 자연친화적 사고를 가져 피동적이나마 환경의 파괴나 훼손을 막는데 부분적인 역할도 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풍수가 주로 개개인의 묘지나 주택의 길지를 잡는데 치우쳐 환경을 보전하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고, 도시 건설, 택지개발, 도로건설 등 대규모 개발 앞에선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의 면적이 협소하고 국토의 65.3%이상이 산지로 대지 등 개발용지가 적은 반면, 개발욕구가 매우 크기 때문에 조밀한 토지이용과 자연환경 훼손 등이 불가피하므로 개발사업에 풍수이론을 적극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일정 규모 이상 각종 사업의 개발 또는 그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는 환경성검토제도 및 환경영향평가제도 등 환경성 평가를 통하여 환경영향의 예방, 저감대책을 마련함으로써 ‘국토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실현을 도모하게 된다. 환경성평가제도는 개발사업에 대하여 환경훼손을 예방하는 완벽한 수단은 아니지만 백두대간 및 열세개 정맥, 주요 생태축과 산림, 하천, 녹지 등 양호한 자연환경의 보전과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수단임과 동시에 풍수적 관점에서 볼 때도 당연한 도구일 것이다.

 

환경성평가중 생태축 보호, 수질보전은 풍수에서의 래맥(來脈)의 보호, 깨끗한 명당수 보전과 결과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전남도청 소재지인 남악신도시 건설시에 전 서울대 최창조교수의 자생풍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고, 공주?연기의 행정복합도시 선정과 설계과정에서 우석대 김두규교수의 풍수의견이 반영되어 친환경적인 도시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전주의 주산(主山)이라고 하는 “기린봉”은 백두대간(영취산) - 호남정맥(만덕산)의 줄기이다. “아중리와 색장리간 도로건설(환경성평가 대상이 아님)” 구간중 기린봉(승암산)-색장리 왼쪽의 산과의 연결부분이 터널대신 약 30m이상의 법면발생과 급경사를 이루면서 래맥 즉 주요 생태축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따라서 이 구간은 생태복원 또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풍수이론을 환경성평가에 도입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형?지질과 자연?생태환경의 훼손?파괴가 비교적 큰 도로건설과 골프장 건설 사업 등에 적용할 수 있고, 이 경우 지역주민들이 중시하는 야산, 하천, 숲, 바위, 나무 등이 조금이라도 훼손될 경우에는 지역주민과 협의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비보책(裨補策) 마련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풍수를 사람과 자연, 그리고 개발사업이 서로 상생, 공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환경보전의 대안 중 하나로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준열(전주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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