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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최고가 결코 최선은 아니다 - 김동건

김동건(전주중부교회 원로목사)

유동식 교수의 ‘한국인의 멋’이라는 책을 보면, 한민족은 멋을 아는 민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멋은 풍류를 아는 자(화랑도의 정신과 무예와 학문을 터득)를 말하는데, 멋있다는 말은 내모와 외모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멋쩍다’는 것은 인간 도리를 다하지 못했을 때 쓰는 말이고, 우리가 함부로 덤비는 사람을 멋도 모르고 덤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의 삶에서 ‘멋’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오히려 멋은 커녕, 밥맛마저 잃어버리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면 어떤 삶이 멋진 삶이고, 밥맛나는 삶일까?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우야,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몰라요.” 정우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건 운동화 때문이었습니다. 정우는 한 주 전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낡은 운동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이만저만 창피를 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바로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언뜻 했지만 벌이도 신통찮은 요즈음 아빠에게 그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한 주가 지나고 다시 야외에서 하는 체육 시간이 내일로 다가오자 정우는 그 찢어진 운동화를 신을 수도 없이 학교에 안 갈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우야, 일어나야지. 학교 갈 때 밥 먹고 가거라. 도시락도 싸 놓았으니 가져가고….”

 

오늘따라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정우는 아빠가 밉기만 했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틀림없이 새 운동화를 사 주셨을 텐데….’ 정우의 엄마는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 있다가 지난해에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이곳 신림동에 이사와서 살게 된 것입니다. 아빠에게 정우가 운동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인 아빠가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하다가 시에서 주는 일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속상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훌쩍이던 정우는 울음을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가방을 메고 신발을 찾으려 문턱에 앉았다가 정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신발장 위에는 하얀 바탕에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 운동화가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새것이 아닌 걸 보니 어디서 주워 온 듯 싶었습니다. 몸도 불편한 아빠는 저 신발을 닦느라 무척 고생을 하셨을 겁니다. 하얀 운동화를 집어드는 정우의

 

눈에 조그만 쪽지가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발걸음으로 살거라.”

 

우리는 늘 최고를 지향하며 살아갑니다. 남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더 좋은 여건을 얻기 위해 끝없는 경쟁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이 멋진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에게도 이와같은 무한경쟁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멋진 삶은 이와같은 무한경쟁을 통해 결코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최고가 결코 최선과 동의어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사랑과 진실이지, 최고의 신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신발을 주는 부모가 최선의 부모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선의 부모는 장애가 없는 부모, 돈이 많은 부모, 지식이 많은 부모가 아니라, 아들을 위해 가장 큰 사랑과 교훈을 줄 수 있는 부모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가 가장 멋진 부모이고, 가장 멋진 삶입니다.

 

요즘 밥맛 잃어가는 세상에서 이렇게 멋진 부모,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멋진 정치인, 멋진 교수, 멋진 경제인, 멋진 목사, 멋진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김동건(전주중부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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