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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영성문화 중심지 전북 - 김경일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이 노래가 생각나시는가. 이른바 전북의 노래다. 5대를 전후한 분들은 기억0하실 것이다. 당시 변변히 부를 노래도 별로 없었지만 나는 이 노래만 부르면 가슴이 벅찼다. 내 고향 전북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곳인 줄 알았다. 고향을 떠나 서울 유학을 하고 보니 내 고향 전라도는 갯당쇠였다. 당시 경상도는 울산이나 구미, 창원에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신도시가 생겨나고 인구가 집중되는데 비해 우리 고향 전북은 자랑할 게 황금벌판 뿐이었다. 하지만 중공업정책을 따라 점차 농촌은 피폐해져 한때 300만을 웃돌던 인구는 지금 200만도 안 된다. 경제 생산규모도 전국 최하위 수준인지 오래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과 도백들은 부푼 장밋빛 꿈으로 당선을 거듭하지만 도세 위축은 골 깊은 줄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나는 이제라도 우리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도민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도민들도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 우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미 이 나라 인구와 경제의 절반은 수도권이 가지고 있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이 연결되어 운행하고 있다. 정부의 지방정책은 광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또 충남의 행정수도가 이웃해 앞으로도 인구 감소는 막을 길이 없다. 새만금 타령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은 아니다. 앞으로 공사가 완성되려면 최하가 20년이고 길게는 30년이상 걸릴 수도 있다. 난공사여서가 아니라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크게 효용 가치가 없다. 대중국 전진기지 운운 하지만 내가 보면 그 새만금 공사 20-30년 사이 다른 지역에서 이미 그 자리를 선점할 것이다.

 

이미 인천공항을 비롯해 평택, 보령, 목포, 여천항이 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 새만금 항은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새만금공단 이야기도 그렇다. 앞으로 20년 후에나 논의해야 할 까마득히 먼 이야기다. 또 지금 공장들은 사람도 쓰지 않는다. 사람 많이 쓰는 공장들은 중국이나 베트남, 북한 등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첨단공장 운운 하는데 새만금의 수질은 정부 공약으로 4급수다. 4급수 물은 농사짓기에도 그리 깨끗한 물이 아니다.

 

내 고향은 고부다. 우리 집 마루에서 보면 탁 트인 황금벌판 고부 평야가 내려다 보인다. 동학혁명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린 꿈을 키웠다. 그런데 몰락하는 우리 고향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프다. 다시 이야기하거니와 지금이라도 우리 전북의 미래를 오로지 경제개발에서 찾는 것은 옳은 비전이 되지 못한다. 나는 우리 전북이 획기적인 경제개발로 부자되는 것보다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비전을 삼았으면 좋겠다. 이게 현실적이거니와 허황된 비전보다 실속도 있다고 본다. 그럼 어떻게 사람이 살만한 곳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이 나라 전 국토는 개발 붐으로 다 파헤쳐지고 있다. 전북은 저개발 덕택에 그나마 환경이 조금은 보존된 지역에 속한다. 국민소득 3만불시대는 사람들이 이제 진정한 휴식을 찾고자 할 것이다. 위락관광보다 휴식관광, 가족단위 관광, 생태관광이 될 것이다. 전북은 도는 작아도 전국에서 가장 큰 지리산을 갖고 있고 가장 청정한 무주 구천동을 갖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평선 호남평야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5번째 크다는 새만금 갯벌도 가지고 있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기왕에 매립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해수유통으로 갯벌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면 우리 전북은 지리산과 무주 구천동 계곡과 호남평야와 갯벌이라는 사람 살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훌륭한 생태조건에서 먹거리가 풍부했고 그래서 맛의 고장이 되었으며 이런 여유가 멋의 고장이 되게 했을 것이다. 이 지역은 자연조건만 좋은 것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땅에서 전북지역만큼 인문학적 토양을 잘 갖춘 곳도 없다. 불교에서 미륵불교는 대중의 불교며 미래 희망의 불교다. 그 중심지가 익산 미륵산과 금산사 등지다. 여산 나바위는 한국인 최초의 김대건 신부가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천주교 성지다.

 

천호성지와 치명자산 등 전북은 천주교의 중심성지가 산재해 있다. 동학은 경주에서 일어났지만 고부에서 동학농민혁명으로 꽃을 피웠다. 동학이 한국근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부는 강증산이 태어나 득도한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는 영광에서 비롯되었지만 익산에 터전을 잡았으며 변산과 만덕산에 성지를 갖고 있다. 이처럼 종교 성지가 많은 곳이 전국 어느 땅에 또 있는가. 최근 전주 모악산은 세계 명상인들이 꼽은 세계 최고의 명당이라고 한다.

 

21세기 인류문명의 코드가운데 생태사회와 영성문화는 그 중심에 있다. 전북은 자연환경적으로나 인문사회적 조건으로 최고의 숨은 보물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돈보다 사람이 살만한 곳, 사람이 쉴 만한 땅을 만들면 그 가운데 전북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

 

/김경일(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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