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당신을 또다시 가두어놓고 그일이 잘한 일인지 걱정

박은주(시인)

아버지!

 

요즘처럼 배꽃이 환하게 피었었지요.

 

삼베옷 곱게 입혀 산에 모시고 돌아서던 그때에도.

 

아버지!

 

이장 하려고 한식날을 잡아 놓고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육탈이 안 되었을 거라는 주변 사람들 말에 가슴 두근대며 파묘를 하고보니 왠일인가요?

 

곱게 입혀 드렸던 삼베옷이 오래되어 까만 수세미 망처럼 당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더이다.

 

아들 둘이서 그것들을 털어내니 노오란 당신의 뼈가 고슬고슬 좋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인골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버지!

 

예순 다섯 해를 살다 가신 당신의 흔적은 이제 재가 되어 납골당에 안장되었습니다.

 

십칠 년이나 갇혀 계신 당신을 또다시 가두어 놓고나니 그 일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혼란스럽네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어 산으로 들로 훨훨 자유롭게 보내들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깨끗하고 좋은 집으로 모셨으니 부디 평안하소서.

 

/박은주(시인)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정읍서 70대 보행자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여 숨져

장수장수군, 개청 이래 첫 국민권익위 청렴도 ‘1등급’ 달성

정치일반전북자치도, 출연기관 경영평가 대수술…내년 새 기준 적용

정읍정읍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3년 연속 우수기관

정치일반‘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예타 통과…전북, 수소경제 선도 기반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