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연극인)
친구 규화.
우리가 헤어진지가 언제인가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었네. 잘 기억되지 않을 만큼 오랜시간이 흐른 것 같네.
지금 사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곳은 아마도 하나님의 크나크신 뜻으로 웃음과 기쁨이 넘치는 곳에서 별을 노래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네.
거기서 살다 보니까 너무 좋아 이승으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진 모양이지. 아무튼 자네와 같이 가끔 거닐던 전주천에는 지금 억새풀이 파랗게 자라서 바람의 흐느적임을 볼 수 있고 또 이승은 요즈음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서 볼만하다네.
그 속에서 피라미 불거지들이 떼를 지어 노닐고 있고 백로 왜가리들이 거닐고 있다네.
이렇게 더울 땐 자네는 땀을 주체 하지 못했지. 깡마른 체구 어디에서 그렇게 땀도 많이 흐르는지.
보고싶은 친구야. 깔끔했던 친구야.
여기있는 지인들이 모여 종종 문화와 예술 이야기를 할 때면 더더욱 간절히 보고 싶다는 말들을 한다네.
옛날 마당재에서 시원한 막걸리 사발을 앞에 놓고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한잔하던 생각이 나네. 하늘에서 잘 내려다보소. 이 세상 누가 착한 일을 하고 악한 일을 하는지. 잘 지내게.
/김기홍(연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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