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고향엔 전어굽는 냄새가 진동

김기찬(시인)

친구야! 지금 고향에는 전어가 한창이고, 가을은 온갖 축제들로 한창이다. 봐라! 집집마다 마을마다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숯불을 피우지 않느냐, 저녁부터 그 다음 날 저녁까지 전어를 굽지 않느냐, 비록 우리네 삶이 생살 위에 소금 뿌려진 삶이었다 해도 따지고 보면 행복의 축제, 고통의 축제들로 하루하루가 등푸르게 살찐 축제의 날이 아니었느냐,

 

친구야! 지금 고향에는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세상은 지글거리는 전어가 동 났다고 야단이다. 우리 나이 부동산도 중요하고, 자식 진로 문제도 소중하지만 이쯤에서 너와나 더 꿀꿀해지기 전에 한 번 만나자, 만나 서 말의 참깨도 초고추장 찍고,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냄새도 깻잎에 싸자, 싸들고 너와나 축배의 잔을 들자 “캬” 하며 갈매기 울음소리도 내보고 뼈째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롬한 첫 가시네 이야기도 나누자 그렇게 또 얼큰해져선 서로의 귀때기라도 물어뜯자 물어뜯으며 얼싸안고 뒹굴어도 보자

 

병삼아 말마라, 지금 고향엔 나 혼자 먹고 입 싹 닦기엔 너무 아까운 전어가 아흐, 전어가 뛴다고 더 이상 말 못하겠다.

 

/김기찬(시인)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정읍서 70대 보행자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여 숨져

장수장수군, 개청 이래 첫 국민권익위 청렴도 ‘1등급’ 달성

정치일반전북자치도, 출연기관 경영평가 대수술…내년 새 기준 적용

정읍정읍시,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3년 연속 우수기관

정치일반‘완주 수소특화 국가산단’ 예타 통과…전북, 수소경제 선도 기반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