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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춘향가극 남한 공연 이제 결실 봐야죠”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 18년 전 약속 회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남한 공연’ 약속
민간에서 교류 시작해야 남북 평화 정착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

“18년 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약속한 북한 공연단의 남한 공연, 이제는 결실을 봐야 합니다.”

안한수(82) 남원문화원 고문은 전북일보와 인터뷰에서 간절한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 2001년 1월 춘향문화선양회장으로 남원춘향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해 춘향전 창극공연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안 고문은 당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우리나라 국장 상당 직급)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당시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에도 눈빛은 또렷하고 목소리는 막힘이 없었다. 북한 공연단의 남한 공연에 대한 열망이 엿보였다.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기류가 자리 잡았고 더디지만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논의가 진행 중일 때 민간 교류로 남북 화해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안 고문은 18년 전 방북 공연을 성공시킨 저력이 있다. 하지만 당시 공연 추진도 순탄치 않았다.

그는 지난 1999년 남원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퇴직하고 춘향문화선양회장을 맡았다. 교육자의 길을 마치고 지역과 문화 발전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춘향전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조언으로 방북 공연을 구상하게 됐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통일부 승낙을 받았지만 북한과 접촉할 길이 묘연했다. 그러던 중 북한에 정통한 민간 교류 업자를 알게 됐다. 그에게 착수비로 건넨 돈이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렇게 민간업자를 통해 2000년 1월부터 12월까지 9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북한 측과 접촉했다. 그때 만나게 된 것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북한 권력의 핵심에 있던 인물이다. 이런 그가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안 고문과 문화교류합의서에 직접 서명하고 남한 공연을 약속했던 것이다.

 

지난 2000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이 작성한 민간 공연 교류에 대한 합의서.
지난 2000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이 작성한 민간 공연 교류에 대한 합의서.

안 고문은 김 부위원장과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북측이 평양 공연을 차일피일 미루자 하루는 마음을 먹고 베이징에 있는 한 북한 음식점에서 김 부위원장과 술을 마셨다. 일부러 우리나라 소주를 1상자 준비해 만취할 때까지 마셨다. 김 부위원장이 그만 마시자고 했지만, 안 고문은 “공연이 성사될지 모르겠고 우리가 또 만난다는 기약도 없는데 더 마시자”고 닦달했다. 기약이 없었던 평양 공연은 그날 그렇게 결정됐다.

안 고문은 2001년 2월 1일 공연단원 29명 등 60여 명을 이끌고 평양으로 가 봉화극장에서 춘향창극을 공연했다. 다음날에는 북한 공연단의 춘향가극을 관람했다. 극장 2000객석은 만석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에 이은 민간 교류여서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공연이 끝나고 김영철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관계자는 남한 공연을 약속하며 다시 보자고 했다. 하지만 굳게 다짐했던 교류는 끊기고 말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민간단체는 힘이 없었다.

안한수 남원문화원 고문은 “북한 공연단이 남한을 방문해 춘향가극 공연을 펼치는 것이 내 인생 마지막 사명이다. 오랜 시간 냉각된 남북 관계 탓에 그동안 입도 떼지 못했다. 지금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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