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탄생 ~ 가동 중단~ 재가동
“선거용으로 끝나거나 반쪽 가동 안 돼”
“더 이상 멈추지 않는 조선소 만들어야”
24일 협약식을 시작으로 전북도민의 숙원이던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에 본보는 군산조선소의 탄생부터 가동 중단, 그리고 1년 후 재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지속성 있는 조선소를 만들기 위한 과제를 살펴봤다.
군산조선소 변천
전북도와 군산시는 열악한 지역경제 상황을 타개하고, 가파른 인구 감소세를 멈추게 할 대안으로 조선소 유치에 안간힘을 쓴 끝에 2008년 군산조선소를 유치했다.
군산조선소의 위용은 대단했다.
군산시 제2국가산업단지 매립지 180만㎡ 부지에 25만 톤급 선박 4척을 한꺼번에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130만 톤급 도크 1기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조선소가 탄생했다.
부지 매입에만 2000여억 원이 들어갔으며, 토목과 건축·설비 공사비로 9300억 원 등 총 1조 2000억 원(협력업체 5000억 원 별도)이 투입됐다.
2008년 5월 7일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장 설립에 들어가 블록 공장을 그해 7월 완공·선체 조립을 시작했고, 2009년 2월에는 선박 건조를 위한 첫 착공식을 가졌다.
2009년 7월 축구장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700m×115m×18m)와 한 번에 400대의 자동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1650톤)을 완공한 데 이어 2010년 2월 의장 안벽 공사를 마무리해 생산 라인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조선소 준공 후 매년 10척 안팎의 선박을 건조했고 매출 총액은 연간 8000억 원을 웃돌았으며, 가동 중단 직전인 2016년까지 총 70척, 약 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군산조선소의 영향력
군산조선소는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군산조선소의 매출 규모는 전북 전체 제조업의 12.3%, 군산 산업의 24%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이며, 생산 유발효과는 2조 2000억 원이나 됐다.
또한 아파트와 땅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부동산 경기가 달아올랐고, 협력업체가 잇따라 들어오면서 산업단지 가동률은 100%에 달했다.
전문계 고교와 지역 대학은 앞다퉈 조선업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인력 양성에 나섰다.
노동자 가족을 포함해 2만 명 넘는 인구 유입 효과를 유발했다.
식당 및 통근버스 업체 등에 쓰는 돈은 연간 250억 원 안팎에 달했다.
그러나 군산조선소의 가동 중단과 함께 오식도를 비롯한 도심 상권은 초토화됐으며, 자영업 매출은 바닥까지 떨어져 폐업하는 상가가 속출했고 부동산 거래도 멈췄다.
군산조선소가 멈춰선 그해 말 기준 군산시 인구는 3400명 줄었으며, 군산 1·2국가산단의 생산액은 1972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만에 문 닫다!
2017년 5월 4일 현대중공업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증권 거래소에 공시했으며, 같은 달 12일 마지막 주문 선박 진수를 끝으로 7월 1일 군산조선소 문을 닫았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군산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협력업체는 연쇄도산 했으며, 오식도를 비롯해 공단지역에 투자한 부동산, 상가 등은 물론 군산지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86개사에 달했던 군산조선소의 사내 및 1·2차 사외협력업체가 문을 닫았고, 5250명에 이르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는 군산지역 전체 노동자의 24%에 달하는 수치였다.
당시 전북도를 비롯해 군산시민, 도내 정치권 등은 ‘범도민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한목소리로 군산조선소 존치를 외쳤지만, 현대중공업은 경제 논리를 앞세워 끝내 군산조선소를 가동 중단했다.
5년 만에 재가동…기대와 우려
24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북도와 협약을 통해 군산조선소 가도 중단 1700일 만에 재가동을 발표했다.
재가동 시점은 2023년 1월이지만,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한편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 쇼’ 또는 ‘반쪽 가동’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약 1000억 원을 들여 군산조선소에 대한 시설개선 및 보수를 진행하고, 내년 1월 블록 제작(연 10만 톤 수준)을 시작으로 LNG, LPG 탱크 및 의장 등의 공정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만 전북도와 군산시는 조선 전문인력 양성 및 물류비(재가동 후 3년간 해상운송비 60%) 등을 지원해야 한다.
기대와 달리 조선업 호황이던 때와 비교해 협력업체와 고용인원은 턱없이 적다.
군산조선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재가동에 따라 함께 일할 협력업체는 6~8개(각 업체당 80명~100명), 고용인원은 750명 수준이다.
그러나 군산조선소 재가동 소식을 애타게 기다린 만큼, 이번 협약을 발판삼아 완전하고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점진적 물량 확대 및 전문인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대선주자들이 군산조선소를 영구적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공약에 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자체의 손을 빌려 군산조선소를 유지하려는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되며, 또다시 이윤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일지 않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10년간 군산조선소에 투자유치보조금을 비롯해 세제감면, 도로시설계획변경, 비응1호교 보강공사, 주차장 조성공사 등에 총 470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왔지만, 군산조선소는 결국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조선업 관계자는 “이번 재가동 조건에 지자체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지역민들의 혈세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또다시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정치권, 자치단체, 현대중공업그룹은 공생 방안을 지속해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SNS를 통해 “재가동한다니 기쁜 일이다. 제대로 들어온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재가동 협약을 서두른 것은 선거를 의식해서 일수도 있어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와 전북도는 이번 협약에 안주하지 말고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멈추지 않는 군산조선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받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비록 지금 당장은 블록생산에 그치지만 이번 협약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3~5년 후 전체 가동(신조)을 위해 붕괴한 조선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해 전북도 및 현대중공업그룹 측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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