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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④

④TBC 탤런트 공채 합격

영웅시대를 마치고. 왼쪽부터 이효정, 독고영재, 정성모씨. (desk@jjan.kr)

2차 실기시험에는 한 6백명이 왔다. 그런데, 일이 되려면 운도 따르는 모양이다. 시험장 주변에서 서성대고 있는데 누가 나를 찾아왔다. 군산중고 9년 선배되는 김하림씨였는데, 처음보는 분이었다. 당시 TBC탤런트협회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응시자들 이력서를 훑어보다가 고향, 그것도 모교 후배를 발견하자 몹시 반가워 시험장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나를 본 김 선배님은 비비농구화에 작업복 걸친 내 행색을 보고 실망감을 넘어 기가 막혔던 모양이다.

 

"야, 너 군산고 나왔냐"

 

"예"

 

"너 탤런트가 뭔지 알아?"

 

"아, 잘 모르는디 그냥 한번 와 봤습니다"

 

"정말 한번도 안해봤어?"

 

"예, 해본 일이 없습니다"

 

"야, 그러면 너 떨어졌다"

 

김 선배님은 내가 참으로 한심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나를 말없이 쳐다보더니, "너 정말 군산고등학교 나왔어?"하고 재차 물었다. 그리고 "이거 한번 해 봐라"며 이것 저것 시켜보았다. 알고보니 그게 예상 시험 문제였던 모양이다. 가령 "저 콩깍지가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냐, 연탄공장 공장장은 공사장 공장장이냐···"처럼 대사 능력을 알아보는 문제가 있었고, "사공, 배 좀 건너 주세요"하며 사공을 부르는 장면을 연기하는 연기력 테스트도 있었다. 김 선배님은 이것들은 외우라고 했다. 그러나 곧 시험이어서 외울 시간도 없었지만, 제대로 외워지지도 않을 터였다. 보나마나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나는 김 선배님이 외우라고 한 것들을 화장실가서 열심히 외웠다.

 

그런데 시험장에 들어 선 나에게 주어진 문제가 조금 전 화장실에서 외운 '사공' 부르는 대목 아닌가. 나는 시험문제를 받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공∼"하고 부르며 연기를 했다. 그런자 심사위원들은 나를 알아보고 1차 시험 때 부른 '손박자에 만고강산'을 다시한번 해 볼 것을 요구했다. "사공∼"연기가 좋았던지, 아니면 만고강산 노래가 좋았던지, 아무튼 나는 2차 시험도 통과했다.

 

3차 필기시험에는 120명이 왔는데 무난히 통과, 최종 면접 시험을 보았다. 심사위원들은 4차 최종 면접시험 때에도 '손박자에 만고강산'을 불러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TBC 탤런트공채 10기에 최종 합격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것도 아주 우수한 성적이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심사위원들은 내가 손박자에 맞춰 '만고강산' 부르는 것을 보고 "저 친구는 무엇을 시켜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1970년 3월1일 나는 TBC공채 10기 탤런트로 입사했다.

 

당시 함께 입사한 동기는 공채 12명, 특채 10명 등 22명이었다. 동기 대부분은 연기 학원을 다니거나, 연극을 해보았거나, 성우로 방송국에 재직하고 있는 등 연기 경험이 있었지만, 나만 유일하게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동기는 김동완씨를 비롯 김형자, 이효춘, 엄유신, 박혜숙 등이다.

 

그 때부터 내 인생 판도가 달라졌다. 대학으로 등교하지 않고 방송국으로 출근했으니, 의사가 되겠다던 꿈은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수습 탤런트의 돈벌이가 변변찮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리없는 아버님이 한동안 '학원비'를 꼬박꼬박 보내주셨기 때문에 생활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다. 탤런트 동기 중에 송창신이라는 친구가 어느날 이사를 갔는데, 이사간 집이 공교롭게도 내 고향 뒷집에 사는 누나 시집이었고, 김성환이가 탤런트하고 있다는 말이 친구와 누나를 통해 군산 아버님한테까지 전해진 것이다. 노기충천한 아버님은 당장 '학원비'를 끊었고, "집에 올 생각말라"며 노발대발하셨다. 나는 완전히 내놓은 자식이 돼 버렸다. 73년 군대가기 전에 아버님께 용서를 받았지만 장남을 번듯한 대학에 보내고자 했던 아버님 마음을 생각하면 나도모르게 가슴이 아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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