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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어디선가 구령소리라도 들릴까 담벼락에 귀를 대본다

김은숙(시인)

아들아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하구나.

 

훈련기간 중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것 모르지 않으나 무작정 달려온 길이다. 혹 구령소리라도 들릴가 하여 담벼락에 귀를 대본다. 그러나 나무 위에 매달린 새 집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 뿐, 겨울나무로 둘러 쳐진 부대 안은 고요하고 고요하다. 저 깊숙한 곳 어딘가에 군복을 입은 네가 있겠구나.

 

시험을 본다는 이유로 또 강의를 마저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영장이 나을 때마다 연기를 해버리는 너무 못마땅해 한 적이 있었다. 차일피일 하며 좋은 계절 다 보내고 하필이면 이 엄동설한에 곽 찬 나이로 입대를 하는 너를 보내며, 엄마는 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너무 춥고 괴로워서, 등 떠밀어 보내던 가족을 원망하지 않기를.

 

중국 심양의 그 혹독한 겨울을 세 번이나 탈 없이 넘기며 유학하던 네가 아니냐? 가기 전날 내가 쪽지에 적어 준 말을 부디 잊지 말아라.

 

-너는 나라의 부름을 받은 자랑스러운 내 아들-

 

/김은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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