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직도 무슨 눈물이 남았는지 조카들 앞에서 부끄럼

박지연(시인)

꼭 이맘때쯤, 산 능선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필 꼭 이맘때 쯤, 어머니가 먼 꽃길을 따라 떠나신지 어느 덧 다섯 해가 되었습니다.

 

어제가 어머니 떠나신 날인데 심한 감기가 걸려 열흘이 지나도록 나을 기미조차 없어 다 늦은 저녁에야 겨우 얼굴만 내밀었습니다.

 

아직도 무슨 눈물이 남았는지 조카들 앞에서 부끄럼도 모른 체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이 세상 왔다가 가는 사람치고 근심 걱정 없는 사람 하나도 없다하시며 마음을 넓게 가지고 항상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그리곤 그 해, 어머니는 마음이 급하신 듯 가을까진 못 버틸 것 같다하시며 평소 아끼시느라고 못입으셨던 옷가지들을 꺼내에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곤 당신은 그해 겨울을 춥게 보내시기에 왜, 그랬느냐고 화를 내는 내 손을 말없이 쥐어주시더니 꽃상여 타고 가고 싶다던 봄날에 훌훌 떠나셨지요.

 

어머니. 들리세요?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곁에서 청승스럽게 불러대면 그 노래 참 좋다하시면서 눈으로 웃으시던 어머니. 올해는 유난히 꽃들이 너무도 곱게 피어 저 혼자 보기가 힘이 드네요.

 

어머니, 너무도 그리운 우리 어머니.

 

/박지연(시인)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문화일반전북과 각별…황석영 소설가 ‘금관문화훈장’ 영예

정부李대통령 지지율 63%…지난주보다 6%p 상승[한국갤럽]

사건·사고김제서 작업 중이던 트랙터에 불⋯인명 피해 없어

정치일반"새만금개발청 오지마"…군산대 교직원 58% 이전 반대

정치일반울산 발전소 붕괴 매몰자 1명 사망…다른 1명 사망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