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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아픔과 상처를 통한 성장의 길 - 공요셉

공요셉(신부, 가톨릭신학원 교수)

지난 주말은 드높아진 파란하늘과 선선한 바람, 따스한 햇볕의 삼박자를 갖춘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가을오후에 산책을 하다 언덕배기에 심어진 은행나무 한그루를 보았습니다. 가운데 부분이 용트림처럼 깊이 팬 상처와 함께 부풀어 올라있는 그 나무가 파란하늘에 비끼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부터 '참으로 장하다'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지요. 아마도 어린 묘목이었을 때 자신을 휘감아 오른 칡넝쿨에 숨통을 조이며 견디고 살아낸 흔적이겠거니 싶더군요.

 

성경에도 자신의 인간적인 단점들과 주어진 열악한 환경을 잘 견디어내 우리 눈에도 장하고 하느님 보시기에도 기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성조인 아브라함도 처음엔 집 없는 떠돌이였으며, 이집트에 구걸하러 갔을 땐 그곳 사내들이 무서워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였고, 그의 손자 야곱은 늙은 아버지를 속여 형이 받을 축복을 가로챘고, 이스라엘인들을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구해낸 모세는 버려진 아이였으며, 동족을 위해 노예감독관을 살해했습니다. 나라를 통일한 다윗왕도 남의 아내를 탐낸 후 그의 남편을 교묘히 죽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인간적인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함으로써 그것들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 많습니다. 살을 에는 고통과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남들처럼 열심히 살고, 때론 남들 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진한 감동과 함께 '참으로 장하다'라고 아니할 수 없지요. 그리고 그분들 곁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끊임없이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가족이 있고, 번번이 도와주는 따뜻한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모두가 장하고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아도 누구 하나 100% 완전하고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저마다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가정에서도 직장과 사회에서도 마음처럼 생각처럼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두 사람이상 뜻과 마음을 모으는 것도 참으로 힘이 들 때가 많지요. 그러나 우리 개개인이 모두 완전하고 완벽하다면 어떨까요? 누구하나 남의 도움을 청하지도, 남을 도우려 하지도 않는다면 세상은 더 험해지지 않을는지요. 우리 인간이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기에 예수님께서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겠지요.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서로가 성장하고 우리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민족에게도 분단과 한국전쟁이란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은행나무의 상처처럼 국토를 가로지르는 155마일 철책선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지요. 지난 개천절에 남과 북이 함께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감싸주는 두 번째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그 것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마음으로 그 분단의 벽을 함께 넘고 평화와 번영, 나아가 통일을 향한 걸음을 함께 디뎠으리라 생각됩니다. 언덕위의 그 은행나무처럼 우리 민족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마다 아픔과 상처를 딛고 더욱 성장해 나가길 기도합니다.

 

/공요셉(신부, 가톨릭신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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