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일(참좋은 우리절 주지)
푸르고 무성했던 나뭇잎은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며 떨어지고 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이 남았다. 노랗게 익은 곡식으로 풍성하던 들판 위에도 차가운 바람만이 맴돌고 있다. 중생에게는 멸(滅)하는 이치가 서글프고 고통일수 있겠지만 자연은 때가 되면 버리고 떠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모든 것을 비워낸 자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아름답다.
원효스님의 일화다. 어느 날 원효스님이 상여 나가는 광경을 보았다. 상여에 실려 떠나는 망자와 이를 따르며 서글프게 곡하는 상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원효스님께서 “죽기가 싫으냐? 태어나지를 말지. 태어나기 싫으냐? 죽지를 말지.”하며 혼자소리를 하셨다 한다.
세상사 만나면 이별이 약속되어있고 이별은 또한 만남을 잉태하고 있다. 만나고 헤어지고, 나고 죽고, 생겨나고 멸하는 것이 다른 이치가 아니다. 그래서 불법(佛法)에서는 생멸(生滅)이 둘이 아니니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라하였다. 마지막을 마지막으로만 보는 것은 단견(短見)이다. 시간적 연기(緣起)로써 마지막은 시작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시작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콩의 다음 모습은 콩 싹이지 팥 싹이 아니다. 이것이 인과(因果)의 이치다.
전국이 대선으로 시끄럽다. 이런 때에 자칫 참여정부의 마무리가 흔들릴까 걱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참여정부였지만 공과를 논하기 전에 아름다운 마무리에 전력을 다해야한다. 차기정권이 어디로 넘어가든 참여정부의 마지막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내일을 예측 못할 불안요인을 안고 있다. 남북한 평화정착문제를 비롯하여 참여정부가 실패한 부동산문제, 더욱 심해진 양극화며 실업자문제, 국제적으론 고유가와 불안한 국제금융시장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해가 저물 때 가장 아름다운 붉은 노을을 보여주듯 참여정부도 마무리를 잘하여 국민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남겨야 할 것이다. 대선에 휘말려 마무리를 소홀히 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우리도 한해를 마무리할 때다. 버리고 비울 줄 아는 자연처럼 우리도 자신만을 향한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그러할 때 복(福) 많은 새해를 기대할 수 있다. 복은 먼저 짓지 않고서는 받을 수 없다. 이것이 인과의 이치이다. 비울 줄 안다면 우리도 자연처럼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일(참좋은 우리절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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