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진동에 잠업사 이전 호소·촉구 /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소송으로 대응 / 국민권익위 이전 권고 받고도 '묵살'
지난 1958년부터 지금까지 누에씨를 생산, 양잠 농가에 공급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외길을 걸어온 국내 최고의 잠종생산 기술을 가진 촌로(村老)가 고속철 운행으로 인한 소음 및 진동으로 누에씨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아 잠업사의 이전을 요구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소송으로 맞서며 7년여의 세월을 이어 오고 있다.
△소송 전 까지 과정
김제시 황산동 227-1번지에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산하 전북 잠종제조소인 김제잠업사를 운영 하고 있는 임태식(84)·영수(63)·형진(33) 씨 등 3대가 살고 있다.
임태식(84) 씨는 서울 시립대 잠사학과를 졸업한 잠업에 관한한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 하는 최고 전문가로, 1958년부터 현재까지 누에씨를 생산, 양잠 농가에 공급 하는 업무를 천직으로 알고 한 길만 달려온 우리나라 현존 하는 최고의 잠종생산 기술자로 평가 받고 있다.
아들인 영수 씨는 고교 교사를 하다 후계자로 지정 돼 양성교육을 통해 잠종(누에씨 생산 및 보급·관리)일을 하고 있고, 손자인 형진 씨도 카이스트 출신으로, 잠종 기술을 전수받아 3대가 함께 김제잠업사를 이끌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10월 경 호남고속철도 노선 지반조사팀으로 부터 김제잠업사 바로 옆으로(거리 25∼50m 이내) 호남고속철도 노선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음과 진동, 전자파, 심지어 미세 먼지, 미세한 향(香)에도 민감하게 반응 하는 누에이기에 선로 공사 시 발생 하는 소음과 진동이 누에씨 생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추후 고속철도 운행으로 누에씨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에따라 이들은 적어도 200m 이상 노선을 이격시켜줄 것을 철도시설공단측에 2년여 동안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임 씨 가족들은 철도노선 변경이 불가할 경우, 김제잠업사를 청정 환경지역으로 이전 시켜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은 공사 중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임 씨(84)는 이 과정에서 김제시청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고속철도 노선이 확정되기 전 가진 주민공청회 때 자신들은 공청회가 열리는지 알지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마디로 졸속 행정이다고 일갈했다.
이후(2010년 초)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양잠농가 136인이 전북 종자사업소로 공사 또는 고속철 운행 중 오염된 환경(소음, 진동, 전자파)에서 생산 된 누에씨는 수급을 거부하겠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전북 종자사업소는 오염된 환경에서 생산된 누에씨는 전북양잠농가들에게 보급이 어려우니 환경적인 안전성이 확보된 곳으로 이전, 생산하라는 입장을 김제잠업사에 통보했다.
누에씨 생산 중단 위기에 몰린 임 씨 가족은 발만 동동구르다 2010년 3월 한국철도시설공단 호남본부 관계자로 부터 이전보상은 소송으로만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결국 소송을 제기, 7년여 동안 피말리는 세월을 보내고 있으며, 같은 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로 부터 이전권고를 받았으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묵살했다.
△소송제기 후 현재까지 과정 및 요구사항
임 씨 가족은 지난 2010년 2월 서울지방법원에 민사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전지방법원으로 이송 돼 여러차례 진통을 겪은 후 현재 민사· 행정 통합소송 성격으로 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임 씨(84)는 “시설공단이나 철도공사는 현 장소에서 잠종을 생산. 관리해도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 전라북도 양잠농가 및 잠업 관계기관을 설득시켜 김제잠업사가 계속 잠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잠종생산 관리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김제잠업사를 이전시켜 후손 대대로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생존권을 말살하지 말고 시설공단과 철도공단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갈취한다는 오명을 쓰지 않게 김제잠업사를 이전시켜 예전과 같이 잠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씨는 “김제잠업사는 그동안 전라북도 양잠농가에 보급 하는 누에씨 생산과 숫번데기, 숫나방 생산으로 약 1억7000∼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면서 “김제잠업사는 잠종생산 및 관리에 대한 기술을 보유 하고 있는 만큼 자손 대대로 전수 하여 후대까지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특화사업이므로 질 좋은 누에 종자의 생산·관리·보급을 통해 전라북도 양잠농가의 소득증대를 책임질 수 있도록 시설공단과 철도공사는 합당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호소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