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차례 20일간 개장…올해 AI여파로 중단 / 국내외 대부분 동물사육장 피하고 불빛 최소화 / 수의학자들 "생체리듬 깨지는 등 악영향" 지적
지난 3월초 벵골 호랑이의 죽음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전주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잇달아 죽어나오면서 동물 사육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들의 생활 패턴을 외면한 전주동물원의 봄철 야간 개장 문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동물원 운영체제 등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6월로 개장 40주년을 맞는 전주동물원에서 더 이상 죽어나가는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원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올해 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중단됐지만, ‘사람들을 위해 동물들을 외면한 채’ 10년 넘게 진행해온 매년 2차례(봄·가을)의 전주동물원 야간 개장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전주시와 전주동물원 등에 따르면 전주동물원은 매년 4월과 10월에 각각 10일씩 2차례, 연간 20일씩 야간 개장을 실시하고 있다.
전주동물원은 지난 2004년부터 봄철 야간 개장을 사실상 매년 열어왔다. 지난해 10일 동안 진행된 벚꽃길 야간 개장 행사에는 하루 평균 2만여 명, 전체 20만 여명이 입장하는 등 야간 개장 행사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야간 개장이 이뤄지면서 전주동물원의 방문객수는 2011년 65만 명에서 2015년 80만 명, 지난해에는 100만 명 등으로 크게 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전주동물원은 입구에서 도화원에 이르는 구간에 조명을 달고 기린지 주변에는 LED 조명, 잔디광장에는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왔다.
지난해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무궁화 동산에까지 조명을 설치하는 등 동물원 전역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했다는 것이 방문객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전주동물원의 경우 야간 개장의 정도가 심하다는데 있다.
서울대공원과 대전 오월드 야간 개장은 동물원 동물사와는 동떨어진 꽃이 핀 장소 위주로 실시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5월이나 6월 사이 10일 동안 오후 9시까지 장미화원에서만 야간 개장이 실시된다. 대전 오월드는 계절에 따라 튤립과 장미, 백합, 국화축제를 오후 10시까지 하지만 동물원이 아닌 ‘플라워 랜드’라는 외떨어진 곳에서 진행한다. 이 두 곳 모두 조명 또한 야간 조명의 은은한 불빛으로 이뤄져 동물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의학자들은 야간 조명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에게도 휴식과 잠을 못자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생리학적 리듬이 깨지고 면역저하, 대사 장애 등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도 동물원 야간 개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트 사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싱가포르 동물원에서는 소형 차량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관람하고 불빛은 최소화된다. 절대 큰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규칙도 있다.
일부에서는 전주동물원의 야간 개장이 인기를 끌면서 동물복지는 외면한 채 재정적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경영을 위한 운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임채웅 교수는 “야간 개장은 현대 동물원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전 세계 모든 현대적 동물원이 추구하는 바는 종 보존과 생태적 복지”라며 “동물원 동물에 대한 배려를 위해서는 우선 동물원 운영자들의 운영 자세의 중심에 돈이나 사람이 아닌 늘 ‘동물’들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박정희 동물권 활동가는 “다른 나라 동물원에도 야간 개장이 있긴 하지만 잘 프로그램된 동물들을 위한 야간 개장”이라며 “동물사까지 야간 개장하는 전주동물원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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