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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⑪

⑪ 잇단 사극 출연

지난 7월 무술연기자지부 창립식을 가졌다. (desk@jjan.kr)

밤무대 공연하고, KBS·MBC·SBS·교통방송 등에서 맡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틈틈이 TV드라마에 출연하며 내 본연의 연기인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92년도에 '조광조'란 드라마에서 내시 역으로 출연했는데, 이 드라마 하면서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남다른 기억이 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호평을 받아 다른 사극에서 비중있는 내시 역을 맡았으니 더욱 그렇다. 내가 역을 맡은 내시는 조광조와 아주 절친하고, 조광조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바친 인물이었다.

 

그 인연으로 곧이어 시작된 사극 '왕과 비'에서 역시 내시 역으로 출연했다. 연산군 시절 김처선이란 내시가 있었는데, 내시 중 최고 벼슬아치였다. 과거 청와대 비서실장 또는 수석비서관에 해당하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김처선은 어려서부터 연산군을 업어 키우는 등 최측근에서 왕을 보필했다. 그러나 결국 연산군의 손에 처참하게 죽은 비운의 인물이다.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인물이기에 그 역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사극에서 내시 역할은 괜찮은 역이다. 오죽하면 내시를 '사극의 꽃'이라고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극에서 제일 힘든 배역을 꼽으라면 당연히 수염 붙이는 왕이나 벼슬아치, 선비 등의 역을 맡은 배우들이다. 하지만 내시 역을 맡으면 수염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수염을 붙여 분장하는데 만 꼬박 1∼2시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시 역은 인기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내시 연기를 하다보니 한 번은 신문지상에 재밋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안재모가 연산군 역으로 나오고, 내가 그 옆에서 왕을 보필하는 내시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잘생긴 내시도 있냐, 주연인 왕보다 더 잘생긴 내시가 왕 옆에 서 있으면 드라마가 잘 되겠나"하는 식의 재밋는 신문기사 난 것이다.

 

내시 연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도 많았다. 공연장에서 어르신들이 "내시는 거시기가 없잖아. 어디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만져보자"며 장난치시는 바람에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았다.

 

그러면 나도 재치를 발휘해서 "아이고, 이제 내시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이 잘생긴 놈을 내시 시켜 가지고 어르신들이 자꾸 만져보고 그래서 내가 절대 내시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엄살을 피워 좌중을 웃겼다.

 

지난 2000년 방영된 '명성황후'에서 맡은 황후의 사촌 오라버니 민겸호 역도 좋았다. 그 인물이 진짜 멋(?)있었다. 벼슬도 없는 사람이 명성황후의 권력을 등에 업고 좌의정 우의정을 휘어잡고, 천하를 호령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 민겸호는 임오군란 때 죽었다.

 

그 훨씬 전에는 가수 염수연이 주제곡을 부른 '하늘아 하늘아'에서 영조 임금의 처남으로 출연했다. 충청도의 아주 순박한 청년인데, 영조임금의 밀지를 받고 황금말을 타고 다니면서 성 밖의 민심을 파악해 왕에게 보고하는 인물이었다. 영조임금은 무식한 처남을 활용해 백성들 사이의 여론, 민심을 파악했던 것이다. 당시 장기집권하던 영조로서는 사도세자가 견제 대상이었다.

 

처남은 성 밖의 민심을 가감없이 보고한다. "아, 사람들이 세자가 불쌍허다고 그러고요, 상감님이 빨리 돌아가셔야 나라가 편안해지겄다고 그래요" 영조가 "어떤 놈이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물으면 "알게 뭐 있어요. 그런 것은 모르는 게 약이요"한다. 나는 순박하고 바보스러운 그 처남 역을 참 재밋게 연기했다.

 

극 속의 인물이 돼 연기하면서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맛 때문에 연기자의 길을 택한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후로 나는 '인생'이란 노래도 만들어 음반을 냈다. 전라도 군산에서 올라와 정말 출세한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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