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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탤런트 김성환 - ⑦

⑦당대 최고 배우와 연기

탤런트 유동근씨(왼쪽)와 기념촬영. (desk@jjan.kr)

군대 훈련을 받으면서 몸무게가 무려 18kg이나 빠졌으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1월에 입대, 논산훈련소를 거쳐서 춘천 쪽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으니, 초반부터 살을 에이는 강추위에도 시달렸다.

 

보안사 영화촬영반에는 이영하, 유인촌, 강태기 씨 등 그 무렵에 입대한 탤런트, 영화배우들이 뽑혀와 있었다. 배역에서 이영하씨 등은 졸병 역이었지만, 나는 중위 계급의 소대장 역을 맡았다. 나는 농담으로 "야, 반말하지 말고 소대장님께 존대말 깎듯이 해"하고 거드름 피우던 생각이 난다.

 

영화 진짜사나이를 촬영하고 녹음하는데 1년 정도가 소요됐다. 굳이 말한다면, 그 때가 내 군대생활의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황종대 중령이 영화반 팀장이었는데, 배우들을 극진히도 사랑해 주었다. 참 고마운 분이었다. 나는 영화촬영 기간 동안 장교복에 중위 계급장을 달고 다녔다. 나도 모르게 진짜 중위가 된 기분이었다. 한술 더 떠 면회온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까지 장교복을 입고 나갔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들에게 "야 이 녀석들아, 내가 장교시험 합격해서 중위가 된 것 아니냐"며 놀려주기도 했다.

 

진짜사나이 촬영이 모두 마무리되고, 춘천 자대로 돌아온 나는 8개월 쯤 후인 75년 9월 전역했다.

 

3년의 군대생활은 내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아들을 낳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군대에 보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큰 아들은 이미 전역했고, 둘째 아이는 복무중이다.

 

나는 탤런트 본연의 생활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단역부터 출발했다. 그 무렵, 그러니까 75년부터 78년까지 3∼4년 정도는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이었다. 탤런트 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군대까지 다녀온 처지에서 누님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또 농사짓는 부모님께 의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해야 할 나이였다. 무슨 역이든 맡아 부지런히 뛰는 것이 상책이었다. 출연료가 많지 않은 단역을 여러개 출연하면 큰 도움이 됐다. 저축할 상황은 아니지만, 독립해 나가고 있었다.

 

78년 결혼을 주위에 알렸더니 PD와 방송국 측에서 새신랑 체면 세워주겠다며 배역 조정 등 많은 배려를 해 주었다. 단막극에서 주연도 맡았는데, 당시 방송국에 그런 정이 있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결혼 후에는 제법 잘 풀렸다. 연달아 득남을 했고, 79년에는 일일 연속극 '동녀'(이은성 작, 하강일 연출)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여자 주인공은 정윤희 씨 였다.

 

또 이어서 주중 드라마 '필녀'(차범석 작, 황은진 연출)에서는 장미희 씨와 주인공 역을 했다. 이들 두 여배우는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였으니, 이들과 함께 주인공 연기를 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 나는 주말연속극 '현해탄은 알고 있다'(한운사 작)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그 때나 지금이나 주말연속극 주인공은 최고 아닌가. '현해탄은 알고 있다' 제작팀은 국내 촬영을 일부 마치고, 일본 현지 촬영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나는 주인공 학도병 역을 맡아 머리까지 박박 깎았다. 그런데 일본으로 촬영을 가는 날, 그러니까 1980년 11월14일, 군사정부에 의해 동양방송(TBC)이 KBS 2국으로 통폐합됐다. 그 때문에 일본행 취소는 물론 작품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참으로 한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이 작품만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다. 주말연속극 주인공만 했으면, 나는 드라마 외길만 갔을 것이다.

 

통폐합 후 나는 KBS 구성원들하고 뭔가 잘 맞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나는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장형일 씨(야인시대 연출)가 연출한 '달리는 사람들' 등 몇 작품을 했지만, 배역도 잘 주어지지 않아 노는 시간이 많았다. 생계가 막막한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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