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한국농업경영인전북연합회장)
4월 2일, 기어이 한미FTA가 타결되고 말았다.
한농연을 비롯한 범국본 소속단체와 국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소신있는 구국적 결단(?)’이라는 매국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감행하여, 결국 국민적 기본적 권리조차 묵살한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하고 말았다.
한국 농업은 그동안, 농산물 가격이 오를만하면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수입농산물 때문에 가격은 거듭 폭락해 사실상 파산상태에 놓여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미국의 압력으로 비료보조금과 수매제까지 폐지된 실정이어서 농민 생존권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한칠레FTA 이후 우리나라의 손해가 크게 없다며 무역수지의 증가만 크게 떠들어대고, 과수원의 1/3이 폐원신청을 한 내용을 감춰버렸다.
미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체결 후 한국 농업총생산은 44% 감소하는 것으로 적시되어 있고, 이는 175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해 도시의 비정규직으로 편입된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의 거리도 실업자와 저임금 노동상품들로만 넘쳐나는데, 더 이상 어는 지경까지 가야만 하나.
미국의 경작면적은 남한 영토의 18배. 그들의 농산물가격은 남한 농산물 가격의 1/3~1/5수준이다. 노무현 정권은 경쟁력을 키워서 경쟁하라고 하지만 과연 경쟁이 가능한가? 다 죽으라는 얘기다.
농업이 붕괴되면 30%의 주 수입원이 사라지는 농협의 경영악화로 이어진다. 미국은 농협에 대한 금융혜택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결국 농협까지 지배·개입하고 그 수익을 가져갈 심상이다.
미국의 카길과 같은 농업자본은 남한 농산물 유통시장도 완전 개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쌀을 뺀 식량자급률은 5% 수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식량수입의 70%는 카길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다국적기업의 식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1987년 냉해로 쌀이 부족했을 때 카길은 우리에게 쌀값을 3배 인상해 매매한 바 있다. 이는 식량자급률 5% 수준의 우리 현실이 당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이러한 한미FTA 타결로 인하여 발생할 모든 문제들을 우리는 예견하고 있기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분노 섞인 절규가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매스컴에서 수없이 언급한 바와 같이 농업부분에 있어 간접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직접적인 피해의 심각성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당초 쌀은 협상대상이 아니었기에 정부의 ‘쌀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억지는 언급할 일만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농촌에 이제 한줄기 희망의 빛마저 앗아간 한미FTA에 대하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조 2,830억원을 추정하고 있으나, 베일에 가려진 협정문이 공개된다면 아마도 이러한 추정치는 최소한의 수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절망적인 사실은 농도 전북의 경우, 한미FTA 체결이후 도내 농업생산액은 축산과 과수, 채소 농가를 중심으로 2,4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국 11%를 차지하는 한우를 비롯한 축산물의 피해규모는 973억원, 채소·과일은 235억원, 대두, 보리 등의 곡물이 520억원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제시한 대책은 ‘경쟁력이 없는 농민은 죽어라.’라는 발상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다.
피해농가 소득보전직불금 지원, 폐업자금 지원 등 수입증가에 따른 직접 피해보전과 자생력 확보를 위한 품목별 경쟁력 제고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FTA 체결은 단순히 근시안적인 ‘발등에 불끄기식’으로 문제해결에 다가서면 안 될 것이다.
한해만 해도 수십명씩 농약을 먹고 자살하게 만드는 원흉인 농가부채 해결, 해마다 폭풍우 등의 이상기후에 의한 재해보상특별법의 제정, 눈앞에 닥쳐 있는 기반시설부담금 소급 적용, 농업용 면세유의 일몰시간 연장, 80%선의 소득보전직불금 100%이상 보전 등 수없이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도덕적 해이’라는 현실감없는 잣대를 걷어치우고, 본질적 해소에 초점을 두고 하나하나 파탄난 농업·농촌·농업인의 회생과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농업인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국민의 기본적 합의를 배제한 이번 한미FTA 타결 강행은 정부 스스로 ‘국민을 위한 참여정부’임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또한, 국민은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를 더 이상 국민의 정부로 인정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선태(한국농업경영인전북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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