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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상처받은 영혼이지칠때마다 그 눈빛속에서 안식찾았어요

우미자(시인·부안여중 교사)

매화, 살구꽃, 산수유, 목련이 피더니 진달래, 벚꽃까지 피어나 천지는 온통 꽃산, 꽃물결입니다. 꽃들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토록 4월을 눈부시고 황홀하게 장식하는 걸까요. 내 눈도 내 마음도 온통 꽃물이 들어버렸습니다.

 

꽃 피는 계절이 다시 오니 처음 만났던 언니의 슬프면서도 빛나던 눈동자가 생각납니다. 언니의 눈동자에 담긴 맑은 영혼의 모습 - 그 아련함은 대학시절 제게 더없는 기쁨이었으니까요. 아름답게 빛나면서도 우수가 어려 있는 언니의 눈빛 속에서 내 젊은 날 고뇌의 무늬들은 투명하고 맑은 사유의 무늬들로 바뀌어졌었지요. 슬픔의 시간을 통과한 새벽의 언어로 시를 노래하기도 했지요. 언니는 내 젊은 날의 수도원이었습니다. 상처 받은 영혼이 지칠 때마다 언니의 그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가 깊은 안식을 찾았으니까요.

 

음악과 시, 영화와 소설, 내장사 벚꽃길과 비자림 그리고 사랑의 다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 스쳐가네요.

 

이번 봄에도 향그런 꽃그늘 아래서 언니의 그윽한 눈길 속으로 그리운 여행을 하렵니다. 그러면 언니의 마음과 내 마음은 또 붉은 꽃물이 들겠지요.

 

/우미자(시인·부안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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