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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무원 퇴출제' 성공하려면 - 정상현

정상현(우석대 교수·행정학)

공무원 사회가 철밥통이라면 깨져야 마땅하다. 오늘날 경쟁 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울산시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시작으로 파급되고 있는 부적격 공무원 퇴출운동에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공무원 퇴출제가 지나치게 하위직에 편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퇴출 대상 공무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 공무원 퇴출제의 제대로 된 시행과 더불어 현재 연공서열 위주로 운영되는 승진 및 보수체제를 적극적으로 개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 조직이 성립된 근대 사회의 원칙은 공개성(公開性)이다. 근대화의 정도는 비판기능을 담당하는 언론과 전문화된 관료가 얼마나 확고하게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다 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단할 수 있다.

 

관료기구들은 정책결정 과정과 논의 과정을 일반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근대화 정도가 떨어질수록 중요한 의사결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료조직은 정책결정 과정을 감추고 결과만 통보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행정관료 조직 문화가 팽배해 있는 여건하에서 공무원 퇴출제가 도입되면 공무원 사회 전체의 상당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퇴출의 기준과 절차가 모호하고 자의적일 뿐만아니라 행정조직의 경우 민간조직과 달리 효율성에 대한 평가기준이 다르며, 정성적인 평가를 할 때 평가자의 주관에 좌우되기 쉬워 학연·지연·혈연 등 정실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람직한 경쟁원리를 공공행정조직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고질적인 줄서기와 눈치보기, 상관에 대한 아부·아첨 등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직업공무원제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소신과 창의성을 갖고 일하는 일선 공무원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있는 합리적인 평가기준 없이 졸속으로 도입된 공무원 퇴출제가 관료제 안에서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상·하위 공무원간의 민주적 의사전달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동물의 세계와 달리 인간 사회에서는 이해집단에서의 퇴출이 곧 생물학적 죽음을 뜻하지는 않지만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갖는 특성을 고려해 퇴출제를 탄력성있게 운영해야 한다. 즉 공무원 퇴출제가 공직사회 내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면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그에 합당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어 근무의욕을 북돋아 주고,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되는 경우에는 벌칙을 가해서 경쟁심과 긴장감을 유발시켜, 공직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객관적이며 공정한 인사기준과 합리적이고 엄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경쟁력있는 공무원(관료) 조직을 유지하는 방법을 도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사회의 각 계층에 엘리트를 적기에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경쟁체제를 상시화 하는데 적합하고 세련된 인사관리제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인사제도로 상·하간의 다면평가방식이나 행정자치부에서 도입하겠다고 밝힌‘공무원 3진아웃제’처럼 부적격 공무원을 선별해‘재교육’한 뒤 평가를 거쳐‘재배치’하고, 이후 다시 평가를 통해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면 법에 따라‘직권면직’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을 한 번 고려해보는 것도 바람직 할 것 같다.

 

/정상현(우석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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