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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선생님의 단아한 자태에선 실바람과 함께 코티분 향이

성혜린(시인)

선생님,

 

시댁에 가려고 준비를 마친 후 등나무로 엮은 화장케이스를 열었습니다. 갈색 케이스 안에서 향내음이 쏴~하니 밀려나오며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으시던 선생님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의 단아한 자태와 중간 톤의 매끄러운 음성이 귓가에 맴돌고, 마술사처럼 풍금 위에서 춤추던 하얀 손이 눈에 선합니다. 하늘빛 슬리퍼를 끌며 교무실을 향할 때면 실바람과 함께 코티분 향기가 소롯히 풍겼었지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저는 크게 앓았습니다. 돌림병인 홍역에 걸린 것이지요. 지금처럼 예방접종을 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으련만, 원래 몸이 약했던 저는 몇 곱으로 아픔치레를 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선 퇴근 후 매일 우리 집에 들러 업어 주곤 하셨지요. 고열에 시달리다 천장이 빙빙 도는 날은, 선생님과 식구들이 교대로 물찜질을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선생님의 그런 사랑의 힘으로, 의사들도 살기 힘들다고 손을 들었던 홍역을 이겨내고야 말았습니다. 그 감사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넘치지 않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이 순간에도 선생님 말씀이 메아리로 들려오는 것아 몹시 그립습니다. 찾아뵙는 그 날까지 언제나 건강하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성혜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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