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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우산없어 남의 집 처마밑에서 비맞으며 깔깔거리던 우리들

권정임(시인)

친구야! 보고 싶다.

 

별이 초롱초롱 눈 속에 들어와 박혀 보석처럼 빛나던 우리들의 유년시절, 해만 뜨면 서로를 찾고 별밤이면 말달구지 끝에 앉아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던 그날이 아직도 내 머리 곁에서 맴돌고 있건만 친구는 아니 보이네. 사는 게 바빠서라는 핑계로 서로를 찾지 못하고 살지만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나 봄나물이 파릇하게 들녘 모퉁이를 수놓으면 친구가 생각난다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우산이 없어 남의 집 처마 밑에 서서 손 내밀어 빗물을 맞으면서 깔깔거리던 날들도 그립네.

 

친구야! 이제 우리들의 세계는 꽃피는 봄이 아니고 단풍드는 가을, 화무 십일홍이라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네. 화유는 백년홍이라고... 앞으로도 서로 보기 어렵겠지만 어디에서 살든 빨간 꽃으로 아름답게 오래오래 우정 잊지 말고 우리들의 유년은 참으로 행복하였다고 함빡 웃으며 살자.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보따리 풀며 그날을 되새겨보자! 아지랑이 피어나는 들녘에서 쑥이랑 나물이랑 캐며 달려보고 싶구나!

 

/권정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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