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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천상천하 유아독존 - 나궁열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이디 있을까? 그러나 사실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드물다. 왜 그럴까? 내 탄생에 대해서 그 누구도 나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없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대로 인간은 이 세상에 불쑥 던져진 존재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보니 내 환경, 내 모습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인 것이다. 만일 내 인생의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졌다면 지금 이 모습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내 마음에도 들지 않는 나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씀하신다. 불교의 교리에 문외한이 감히 해설을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이해하면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부처님이 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출가해서 6년간의 피나는 고행을 거친 다음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진리가 바로 인간 생명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이란다.

 

내 인생의 태동에 아무런 선택권 없이 불쑥 던져진 내 존재가 이토록 고귀하단 말인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내 존재가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 해답은 하느님이 주신다. 인간 하나 하나는 하느님이 손수 지어내셨다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의 지문을 보라. 똑같은 지문이 하나라도 있는가? 하느님이 아니면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인간 하나 하나를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그분은 당신의 계획대로 우리 인간 하나 하나를 정성 드려 서로 다르게 탄생시키신 분이다. 인간 안에는 하느님의 모습이 숨겨져 있고 그분의 손때가 묻어 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을 갖은 정성으로 만드셨기 때문에 인간 하나 하나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시는가?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아들을 이 세상으로 보내시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신다.

 

인간이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을 창조하신 분이 인간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를 만드신 분이 그토록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내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부처님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고, 내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성인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하느님의 작품인 내 생명을 보호하고 개발하는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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