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불어닥치는 영하의 겨울에도 우리 식탁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해주는 비닐하우스. 그러나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우는 채소가 얼어 죽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채소 생육 적정온도 섭씨 15도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기름이나 연탄, 태양광 등을 이용한 보일러나 10년 전 개발된 다겹보온커튼, 그리고 지열 시설 등으로 비닐하우스(유리온실) 내부의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높은 비용이 문제다.
요즘 4차산업혁명 시대 스마트팜은 유리온실과 ICT 제어시스템, 지열 설치 등에 따른 투자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하고, 대규모 농장은 100억 원을 넘어선다. 일반 소규모 농가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사치 농법'이다.
그러나 용진읍 구억리와 상삼리 주민들은 40년 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영하의 겨울철에도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시키며 상추, 대파 등 채소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바로 수막가온재배법을 적용해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비싼 기름값 들이지 않고 지하수를 끌어올리는데 필요한 저렴한 전기요금만으로 겨울철에 채소 농사를 지어 고소득을 올려왔다.
그 비결은 이곳 주민들이 천혜의 지형 조건을 영리하게 활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땅속 수맥을 흐르는 물은 겨울철에도 지열 때문에 상온을 유지한다. 이 상온의 지하수를 모터 펌프로 끌어올린 다음 2중으로 설치한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한 호스를 이용해 안쪽 지붕에 살수하면 하우스 내부 온도가 한겨울에도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한다. 실제로 구억리 하이리 일대 비닐하우스 단지 일대에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모터펌프와 구렁이처럼 비닐하우스 내부로 이어지는 호스가 수두룩하게 깔려 있다.
이지역 농민들이 지난 수십 년간 수막가온법으로 겨울철 채소농사를 영위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의 농토가 사질양토여서 제방 너머에서 흐르는 소양천의 물을 가득 머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당국이 과거 소양천 주변 전주시 호성동과 완주군 용진읍 상삼리와 구억리 일대 농사를 위해 설치한 보가 효자 노릇을 했다. 보에 고인 하천물은 사시사철 일정 수위를 유지했고, 이 물은 제방 너머 농토로 스며들었다. 겨울철에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짓는 농부들에게 단비같은 작용을 했다.
그러나 당국이 지난 2012년 소양천 주변 용진읍 구억리와 호성동 사이에 설치된 2개의 보(검정보와 대악보)를 철거하면서 이 일대 농경지에서 농부들이 뽑아 사용한 지하수 양이 크게 줄어들었다. 보가 철거되면서 하천 물은 하류로 그대로 흘러내려갔고, 지하수원이 사라졌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구억리 하이마을 김용근 씨 등 주민들은 “예전에는 지하수가 잘 나와 겨울철에 수막재배에 문제가 없었다. 10년 전 보를 철거한 후 농사지을 물이 잘 나오지 않아 겨울 농사가 여의치 않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곳 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시설재배 농가가 증가하면서 수막가온을 위해 뽑아올리는 지하수량도 급증, 연간 6억9000만 톤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수 수위를 복원할 수 있는 지하수 인공 함양기술인 ‘대수층 순환식 수막재배 시스템’이 개발되기도 했다.
농진청에서도 다겹보온커튼을 개발해 보급했고, 온풍기 가온, 지열을 활용한 가온 등 겨울철 영농시설에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 겨울철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농사에서 온풍기와 다겹보온커튼, 지열 시설 등은 필수적인 시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구억리 일대 채소농가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주민들은 “수십년동안 천혜의 자연적 여건을 활용해 누려온 저비용 고효율 겨울철 농사법을 대책없이 사장시켜서는 안된다”며 당국이 소양천 보를 재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주=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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