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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연 날리기

요즈음은 도회지건 시골이건 아이들이 연날리기하며 노는걸 보기가 여간 힘들다. 따뜻한 방에 앉아 컴퓨터 속 오락이 더 즐거우려니, 매서운 북풍받이에 서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이야 없겠지만 놀이문화가 한참 바뀌어 버린 지금에 와서 그래도 아쉬운 것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아이들에게 연 날리는 방법을 훈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은 나의 욕심이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연날리기는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우리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일 것이다.

 

어릴 적에 음력 섣달이 오면 어머님이 여름내 따두었던 목화송이 틀어다가 물레 돌려서 실 뽑아 꾸리에 감아주시고 우리들이 어설프게 만든 얼래에 연실 감아서 비료 포대 종이 잘라 가오리연 만들고 지푸라기로 꼬리 길게 달아 연을 날리곤 하였다. 그때 우리들은 발가락 발뒤꿈치 다 나온 헤진 양말에 검정고무신 신고 보리밭이랑 골 골이 쌓인 희눈을 밟으며 연만 보며 뛰노라면 고무신 벗겨졌어도 발 시려운 줄도 모르고 연날리는데 열중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즐거웠던 추억 때문일까, 지금도 섣달이 되면 해마다 연 만드는 것을 계속 하여왔다. 아이들 커갈 때는 아이들 핑계 삼아 만들었고, 지금은 그냥 만들어 보고 싶어서 만든다.

 

연살 가지런히 다듬고 한지 접어오리고 정성스럽게 연을 만들다보면 그 순간만큼은 설렘이나 즐거운 마음 어릴적 그 감정 그대로임을 느낀다. ‘기능 보유자라도 되려고 열심히 하시느냐’는 집사람의 농을 듣고도 댓구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여 그저 빙그레 웃었다.

 

다 만들어진 연에 태극무늬 오려 붙이고 마음에 드는 한시 한 구절 적어넣고 잔득 멋을 부려 곱게 완성된 연을 보노라면 -옛시인의 싯구에 해마다 피는 꽃은 같아도, 해마다 꽃을 보는 사람은 다르다(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고 했듯이- 해마다 같은 솜씨로 수년을 만드는 연은 그 모양이 같건만, 그 연을 만드는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성기고 희끗한 머리가 해마다 달라진 모습을 보고 한해가 오고가는 길목에서 세월의 덧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옛 선인들은 정월 열 나흩날까지 신나게 날리던 연을 보름달이 되면 자기 이름과 함께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고 연에 써서 멀리 날려보내는 액막이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액막이연 목줄에다가 동전 몇 잎 달아서 노자 돈 딸려보내는 넉넉함도 있었고, 이웃동네에서는 그 연을 보고는 받았노라 편지도 전해주는 정겨움도 있었다고 ㅎ나다.

 

돌아오는 정월 대보름에는 지난 천년에 버려야 할 모든 것과 새 천년에 돌아올 액(厄)을 다 연에 실어 날려버리고 그 넉넉함과 정겨움이 다시 돌아와 우리모두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 또한 평안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해 보련다.

 

/양정철(국민연금관리공단 익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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