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호(전북발전연구원 정보지원팀장)
최근 우리사회가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차원에서도 노인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노인문제의 핵심은 경제적 자립기반이다. 이 시대 노인들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어느 정도는 돈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 가난, 질병, 외로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정책 외에도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거나 적금을 부어 노후의 경제적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립기반만으로 노인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사회의 큰 어른이자 존경과 존엄의 대상인 노인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조성이 경제적 자립기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조성의 첫 작업으로 노인이라는 용어의 적정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제안한다. 호칭이 무에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문화와 철학, 정책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노인(老人)이라는 말의 한자풀이는 늙은 사람이다. 그래서 늙은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뜻은 철학이나 사상, 문화, 정책의지 등의 고려 없이 생물학적 기준만으로 구분해서 힘차고 생산적이고 기상이 충만한 젊은이의 반대개념으로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고 기운 없는 늙은이로 지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늙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서글픈 일이다. 늙음은 곧 가난과 질병, 외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든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르면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다는 의미로 ?젊은 오빠?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던 것도 듣는 사람이나 부르는 사람 모두 노인이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을 피해보려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다. 노인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노인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나이든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진정성이나 존엄성이 배제된 채 단순히 사회적 문제 그 자체로만 취급하려는 정책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역할 없이 소모적인 인간군상으로 치부되는 노인이라는 용어를 대체하는 말을 찾는 것으로부터 노인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늙은 것도 서러운데 남들로부터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은 더 서러운 일이다. 그동안 우리는 장애인을 장애우로 바꿔 부르고 정상인을 비장애인으로 부르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통합 등의 정책적 의지를 실천해 왔다. 이렇듯 노인문제도 용어에서 정책의 의지와 방향이 반영될 수 있는 실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때다.
노인이 천덕꾸러기로 치부되어 사회적 불균형과 계층간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 살기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노인이라는 말을 대신할 용어를 공모한다. 그 용어는 경험과 경륜으로 인생의 무게감을 더하고 효를 근본으로 하는 동양의 인본철학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의미가 함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상금은 미래에 나이 들었을 때 노인이라는 말 대신 젊은이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는 새로 제안된 그 이름을 듣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한호(전북발전연구원 정보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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