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엽(완주군수)
전북은 예로부터 농도였다. 농사를 천직으로 자손대대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농경문화와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인심이 좋아 마음은 넉넉했고 여유가 있어 '맛과 멋 소리의 고장'이라 하였다.
오늘날 세계 11위 무역대국이라는 화려한 명성에도 전북은 농업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지역총생산액 중 농어업 비중이 10.6%로써 전국 평균 3.1%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래서일까. 한미 FTA가 체결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어도 그때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옛날, 서울에 유학 보낸 자식 학자금 마련을 위해 살림 밑천으로 애지중지 길러왔던 소를 팔아버린 심정이 지금과 같았을까.
이제 험난한 바다로 뛰어든 한국호가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살아남아 전화위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농민의 입장에서 현재 상황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다시 한번 농민 희생이 차선의 선택이었다면, 이 땅에 기업하는 사람들, 도시민 그리고 정부나 정치권 모두가 농민의 아픔을 헤아려야 한다. 강 건너 불 구경하 듯 해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예로 현대산업의 꽃이라는 자동차가 세계 5대 강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다. 외국산 수입차 소유자에게 세무조사까지 해가며 내수산업을 지켜준 공무원, 그리고 수출용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나 품질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국가 기간산업 육성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인내해준 국민적 성원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FTA의 거센 파도는 태평양을 건너오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위기 속에서 기회는 찾아온다. 농산물 완전개방은 분명 무서운 괴물이지만, 어떻게 맞서 싸우느냐에 따라 승리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시절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농업정책에 실패한 이유는 투입한 만큼의 사후관리와 효과분석이 안되었고, 농축산물의 브랜드화를 추구하지 못했으며, 거대한 자금이 중앙의 농업 관련부처 중심으로 1차 산업에만 집중 투자되었기 때문이다.
농업외 소득을 간과하면서 농촌의 공업화와 농산물의 특화산업 육성에 소홀했고, 무한한 농촌문화 관광자원, 생태환경자원을 상품화하지 못했다.
일본의 농업외 소득은 64%, 대만은 78%인데 한국은 아직도 32%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가 증명하 듯, 농촌 문제를 농업이라는 잣대로만 해결하려 했다.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 얼마전 여의도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 새만금지구 개발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토록 우리가 갈망했던 새만금특별법을 통해 제2의 두바이 꿈을 펼치기는 아직 머나먼 가시밭이지만, 이러한 개척의 땅을 첨단농업과 농촌관광이 어우러진 국제관광농업도시 모델로 가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만금이 21세기 선진한국과 복지전북의 시금석이 되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임정엽(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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