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현실기반 시가 더 감동" 한국현대시 100년 기념 시문학 대토론회

김우창 교수, 신범순 교수, 이숭원 교수(왼쪽부터). (desk@jjan.kr)

신시(新詩)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세상에 나온 지 100년.

 

이 세월을 되돌아보고 향후 발전 과제를 점검해보는 '한국현대시 100년 기념 시문학 대토론회'를 한국시인협회가 10일과 11일 이틀간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시인협회 오세영 회장과 학계를 대표하는 김우창 고려대 교수,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신범순 서울대 교수,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등 석학들과 이가림, 유안진 씨 등 중견작가들과 박현수, 권혁웅, 길상호 등 신예를 포함하여 한국 시단을 이끌고 있는 100여명의 시인이 같이 했다. 도내에서는 김남곤 시인(전북일보 사장)과 최승범, 허소라, 진동규, 권오표, 장욱, 복효근, 곽진구 시인, 윤영근 소설가 등 문인들이 참석했다.

 

'한국 현대시 100년의 성과와 반성'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현대시 100년 역사동안 노벨상 수상까지 기대하고 양적으로도 크게 팽창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왔지만, 앞으로 시가 어떻게 민족문학적 성과를 이룩해나갈 것인가, 산업화시대에서 시는 어떠한 기능을 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기조발제와 주제발표 요약내용이다.

 

 

△기조발제

 

김우창(고려대 교수) : 세계 속의 한국문학(문학의 보편성에 대하여)

 

문학의 언어는 사람이 자기 속으로 들어가서 하는 언어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의 마음을 현실적 이해관계로부터 떼어내어 열려 있는 공간이 되게 하고 그 안에서 작품의 소재들이 적어도 외적 모양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음을 어떤 것으로 채우는 일이 아니라 비워내는 일에 불과하다.

 

어울림은 여러 다른 관점들을 고려하지 ㅇ낳을 수 없는 상황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것을 의식하는 우리의 생각을 넓혀주게 된다. 이렇게 해서 모든 관점과 사물의 양상을 두루 포함하는 보편성에의 열림이 마음에 생긴다. 그리고 이 열림은 객관적인 진리의 인식에, 보편적 호소력을 가진 작품의 형상화에 작용한다.

 

 

△주제발표

 

1. 신범순(서울대 교수) : 시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하여

 

시인 이상은 소설 '종생기'에서 세계사적 풍경의 노예가 되지 말고 그 풍경에 대해 '도련님다운' 태도를 취하는 주인의 자리에 올라설 것을 요청했다. 그의 시들은 그런 면에서 매우 독자적인 사상을 개척했으며 이런 주체적 역사의 가닥은 사대적 역사의 압력에 짓눌린 미미한 흐름을 건져냄으로써 가능했다.

 

진정한 종족의 서사시는 계보적 비판을 통해, 광대한 시간에 흩어진 것들을 끌어모음으로써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스며들어있는 사대적 식민적 습관을 파악해서 내던져야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습관에서 만들어진 패배주의적 허무주의적 자조적 의식을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2. 이숭원(서울여대 교수) : 우리 시 어떻게 가야 하는가

 

환각과 몽상에 기운 시는 지성의 활동을 중시한다기보다는 일탈적 유희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대리충족의 쾌감을 주지만 현실의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또 시의 목적성이 창작의 전제가 될 때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정해진 선행의식 없이 창작의 절정을 향해 작가가 전력투구해야 한다.

 

현실적 삶에 기반을 둔 시가 우리에게 더 감동을 준다. 직접적인 언술에서 벗어나 감정과 생각을 언어의 형식 안에 압축해 실을 때 시가 탄생한다. 감추어야 꽃이 되는 것, 드러나면 죽고 마는 것, 이것이 바로 시이다.

 

신기철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