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납품 책임 공무원 잠적...수상한 진안군청 실험장비 납품계약

진안군청 홍삼팀 주무관, 6억 5000만원 장비 수령 거부…납품업체 ‘황당’

image
지난 15일  납품된 실험 장비가 진안홍삼연구소 주차장에 하차된 채 방치돼 있다.    진안=국승호 기자

진안군이 조달청 운영 국가종합전자조달 입찰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체결한 6억 5000만 원 규모의 실험장비 납품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업체는 담당 공무원과 협의해 정당한 모델을 일부 납품했지만, 군은 수령을 거부하며 물품인수증에 직인을 찍지 않고 있다. 특히, 납품 책임자인 군청 주무관은 납품 당일 출근하지 않고 돌연 잠적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계약 장비는 22종이다. 이들 장비는 진안군 특용작물산업화지원센터 연구가공시설 실험장비로 계약당사자는 군청이지만 사실상 진안홍삼연구소에 납품된다. 계약은 지난해 12월 낙찰된 외부 업체와 체결됐으며, 계약금액은 약 6억 5000만 원, 납기일은 2025년 6월 30일까지다. 분할 납품이 가능하도록 계약서에 적시돼 있어, 업체는 장비별로 따로따로 납품이 가능하다.

갈등은 납품 모델 A, B, C를 둘러싼 의견 차이에서 시작됐다. 군은 처음 ‘특정규격’인 A모델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납품업체는 “A모델이 특정 업체만 납품 가능한 사양이어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내용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군은 ‘공통규격’인 B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늑장을 부리며 5종을 제외한 17종에 대해 수개월 동안 아무런 사양도 제시하지 않았다.

업체는 B모델의 제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자, A모델의 동급 또는 상위 사양이라며 C모델 납품 의사를 밝혔다. 업체 주장에 따르면 C모델 또한 공통규격의 범위 내에 있다. 이에 군청 주무관은 지난 5월 15일, C모델 납품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업체에 보냈다. 업체는 이를 근거로 이달 8일(1종)과 15일(4종)에 장비 5종을 납품했다. 그러나 4종 납품 당일인 지난 15일 담당 주무관은 출근하지 않았고 연락도 두절됐다.

15일 납품된 장비 4종은 현재 진안홍삼연구소 주차장에 하차된 채 방치돼 있으며, 여름철 집중호우에 따른 파손 우려도 제기된다. 군은 납품된 장비에 대한 물품 수령 확인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장비 사용 주체인 홍삼연구소는 당초 A모델을 선호했지만, 최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는 “B모델이나 그에 상응하는 사양이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삼연구소가 ‘납품 거부’ 근거로 제기한 스펙 논란은 군청 주무관이 이메일을 통해 C모델 납품 수용 의사를 문서(동의서)로 밝힌 점에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업체 측은 “계약대로 납품했음에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관련 손해 발생 시, 군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북일보가 이 사안을 취재한 직후 군은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사후 대응에 나서며 “C모델 납품을 수용하는 게 맞다는 걸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무관의 잠적을 두고 내부에선 “업무 처리 미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외부에서는 “누군가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지시를 받았던 것 아니냐”는 심리적 압박설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에 대해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조달 계약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초기 제시된 A모델이 특정 업체만 납품 가능한 구조였다면, 이는 입찰 담합이나 특혜 제공이라는 더 큰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공공계약에서 요구되는 ‘동등 경쟁’ 원칙이 지켜졌는지, 납품 거부가 정당한 절차였는지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사태는 공공조달 시스템 운영의 허점과 지방행정의 불투명한 책임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 단적인 사례로 보인다. 

진안군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확한 경위 파악과 함께,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승호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전시·공연현대 한국 여성 서예 중진작가전 ‘어머니의 노래’ 개최

정치일반새만금 신항만, 국내 8대 크루즈 기항지로

전북현대[CHAMP10N DAY] 전북현대 ‘우승 나침반’ 거스 포옛·박진섭이 말하다

전주‘전주 실외 인라인롤러경기장’ 시설 개선…60억 투입

영화·연극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출품 공모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