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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매달려 지내다 보니 책에서 그녀가 걸어 나오는 듯"

6년 만에 신작 '리진' 펴낸 소설가 신경숙씨

정체성을 갖고 살아보려 했던 리진의 심리는 현대인과 비슷하다는 신경숙씨. (desk@jjan.kr)

"자신의 이름으로 정체성을 갖고 살아보려 했던 '리진'의 심리는 현대인과도 비슷합니다. 그녀는 동시대인과는 달리 진보적 시선으로 근대를 겪었지만 좌절할 수 밖에 없었죠. 4년 간 매달려 지내다 보니 이제 책에서 그녀가 걸어나오는 듯 하네요."

 

소설가 신경숙(44)씨가 '바이올렛(2001)' 이후 장편으로는 6년 만에 신작 '리진'(전 2권ㆍ문학동네)을 냈다.

 

이 작품은 조선 무희 '리진'이 프랑스 공사로 파견된 콜랭 드 플랑시와 프랑스로 떠나 서양 근대문물을 접하지만 향수병 등으로 다시 조선에 돌아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28일 낮 시내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신씨는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설가로 등단했던 때처럼 마치 신인이 된 것 같다"며 "긴 시간 속을 썩였는데 이제 빨리 리진을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씨는 "리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4년 전이었다"고 말하고 "100년 전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에서 리진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A4 용지 한 장 반 분량으로 번역한 것을 전해 받은 이후 틈만 나면 파리로 건너가 리진의 행적을 뒤졌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역사 속 인물에서 비롯됐지만 신씨는 "책 속에 갇혀있던 반쪽짜리 여자로 완벽하게 잊혀졌던 인물에 새로 목숨을 붙여 살려내는 작업을 했다"며 "역사소설이 아니라 현대소설로 읽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주인공 리진에 대해 "아름다운 여자"라고 운을 뗀뒤 "자신이 살던 시대, 즉 근대를 몸으로 겪었지만 자신을 실현할 수는 없었던 여자, 그래서 기억해야 할 여자"라고 말했다.

 

"리진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 오히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소설을 풀어나갈 수 있게 했어요. 그래서인지 잊어버리고 있던 한 여자가 옆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리진이 금종이를 삼키고 최후를 맞았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봤다는 신씨는 "금종이가, 리진이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프랑스 사회와 근대사회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풀이했다.

 

신씨는 지난해 9월 비슷한 소재로 소설가 김탁환 씨가 출간한 장편 '리심'(민음사)에 대해 "궁금했지만, 일부러는 아니고 읽어보지는 않았다"며 "작업방식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각자의 글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제 역사소설은 안 쓸 생각"이라며 이번 작품으로 "접해보지 않은 영역을 들여다봤다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작품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친숙한 것, 내가 다 아는 것이 아니면 소설을 쓸 엄두를 못 내던 내게 새로운 영지였다. 저절로 찾아든 이야기의 두께가 리진의 몸통이 되어준 것은 이 작품을 쓰며 거둔 즐거운 수확이었다."('작가노트' 중)

 

신씨는 "이제 낯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만든 주인공들이 섞여 다시 잊혀지는 일 없이 현재형으로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각권 296-360쪽. 권당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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