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50대 정씨 부부 / 도내 560여명 후원 / 끝내 신상공개 거부
한겨울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쌀농사를 짓는 부부가 있을까.
이들 부부는 10년간 직접 담근 배추김치와 농사지은 쌀을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에 전달해왔다. “가족이 먹기 위해 준비하는 쌀과 김치에 복지관에 전달할 것을 조금 더 보탠다”지만 그 양이 만만치 않다. 매년 햅쌀 20㎏짜리 30포대와 김치 300㎏을 건넨다.
그동안 후원 받은 도내 장애인은 모두 560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김치와 쌀은 매 겨울 차가운 마음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부부는 올해는 주민들과 나눔을 함께 해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한다.
“올해는 익산시 여산면에 사는 주민 10명이 김장김치 1통씩 기부했어요. 그동안 넉넉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너무 감사했죠.”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부부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들러 손수 재료를 고른다. “추위에 소외된 이웃들이 흰쌀밥에 김치만 있으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부가 기증한 김치와 쌀을 도내 저소득 재가 장애인에게 전달해 온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 오준규 사회복지사는 “이 부부의 나눔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많다”며 “금전적인 기부도 의미가 있지만, 남몰래 김치와 쌀을 나누는 부부의 마음에 복지관 관계자들도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배추 절이는 날엔 아들, 소 넣는 날엔 딸, 버무리는 날엔 가족 모두가 몰려왔다”며, “그래서 추운 겨울이 오면 더 행복하다”고도 말한다.
이들 부부는 “자랑할 일이 아니다”며 얼굴과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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