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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이슈] 지방자치의 위기와 국승록 정읍시장

-사퇴여론 갈수록 고조

 

공직에 입문한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한 국승록 정읍시장이 깊은 수읽기에 들어갔다.

 

안팎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사퇴압력에 아직 명백하고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이 구속된 이후 국 시장은 여러차례에 걸쳐 “시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책임을 과연 어떻게 질것인지, 현재의 난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아 갖은 억측이 나오고 있다.

 

연초벽두부터 도내 지방정가를 강타한 국시장 사건의 전말은 과연 무엇이고 이번 사건이 남겨준 교훈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각은 어떤 것인지등을 집중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사건의 개요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9일, 이미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전주지검 소속 수사관들이 정읍시청과 정읍시 연지동에 소재한 국승록 정읍시장 관사에 몰려들었다.

 

압수수색과정에서 수사관들은 매우 중대한 자료 하나를 발견했다.

 

인사청탁과 함께 국 시장의 부인인 은옥주씨(67)가 금품을 받았다가 추후 돌려주는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확인서를 받았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매우 구체성이 있는 인사비리 의혹 진정,투서를 접한 전주지검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대한 내사를 거쳐 결정적인 첩보를 입수해 10일 은씨를 긴급체포했다.

 

압수수색에 이어 3일동안 30여명의 공무원들이 전주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집중적인 추궁과 증거서류 제출이 이뤄지자 관련자들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입을 열었다.

 

은씨가 긴급체포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11일 밤 급기야 국승록 시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당초 오후 5시에 출두한다던 그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검찰에 나왔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던 시점에서 그는 예상대로 공모여부를 철저히 부정했다.

 

철야조사를 하리라던 검찰주변의 기대와 달리 국 시장은 불과 4시간만인 12일 새벽 2시께 검찰청사를 나섰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완전히 면죄부를 받았다.

 

12일 검찰은 모두 6명으로부터 8천만원을 받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은씨를 구속하는 것으로 정읍시 인사비리를 마무리지었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은씨는 지난 98년 4월 시장관사에서 최모씨로부터 7급에서 6급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는등 98년부터 2000년 초까지 8천만원을 받았다.

 

그것이 전부였다.

 


 

-거세지는 반발여론

 

당초 예상과 달리 검찰이 은씨만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자 만만치않은 반발여론이 일었다.

 

특히 금품을 제공했던 공무원들이 대부분 승진되거나 좋은 자리로 보직변경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음에도 수사종결을 해버리자 정읍시민들은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조차 검찰의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물론 검찰측에서는 철저히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할수 밖에 없고 사건의 성격상 혜택을 입은 공무원들이 발설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에서 단시간내에 시장부인을 구속한것만도 대단한 성과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반시민의 정서는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지난 9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품수수 소문이 나돌자 시장자신이 해당공무원을 불러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 돈을 되돌려줬던 사실까지 확인되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고서야 아내의 금품수수를 알았다”던 국 시장의 진술도 신빙성을 잃었다.

 

법적인 논란은 차치하고 국 시장에 대한 퇴진여론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정읍시민들과 시청소속 공무원들의 불신을 받는 상황속에서 더이상 시정을 이끌어가는게 오히려 주민에게 부담만을 안겨준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읍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는 연일 시민의 성난 목소리가 쇄도했고 이러한 글들은 한건당 조회건수가 무려 1천건에 달하는 경우도 있을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다.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국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북도지부를 비롯해 정읍 경실련, 시민행동21, 정읍변호사회등이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급기야 국시장 사퇴촉구 정읍시민대책위 회원 1백여명은 지난 16일 시가행진까지 벌였다.

 

전주, 정읍, 군산, 익산등 도내 7개지역이 공동연대한 경실련 전북지역 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국 시장은 시장으로서 품위와 도덕성을 잃었음에도 시장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것은 시민을 무시하고 도민을 모독하는 행위”라면서 실추된 시민과 공직자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치제 근본 뒤흔들 사건

 

시장부인이 남편의 부하직원들로부터 인사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어느 수준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만일 검찰의 수사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읍시 일부 공무원들은 그 많은 돈을 과연 어디에서 동원해 시장부인에게 갖다 줬을까.

 

돈을 바치고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더라면 또다른 사람이 과연 상납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바로 정읍의 경우가 비단 정읍에만 국한되는 특이한 경우인가 하는 것이다.

 

도내 자치단체중에서도 적지않은 시군이 단체장의 정실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정읍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될만하다는게 지방정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은 장기적 안목에서 지방자치의 바람직한 착근을 위해 한번쯤 겪어야할 홍역으로 기능하게 될것이란 지적도 있다./위병기 기자 bkweegh@jeonbukilbo.co.kr

 

◆국승록 시장은 누구인가

 


 

근면과 성실, 그리고 집념.

 

국승록 정읍시장을 잘아는 사람들은 그가 지닌 장점을 곧잘 이렇게 지적한다.

 

그에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국 시장은 추진력이 강하고 부지런하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철두철미하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국 시장이 왜 집안에서 그렇게까지 썩은 돈냄새가 나는 것을 몰랐을까.

 

국 시장은 지난 29년 11월 14일 정읍시 연지동에서 출생했다.

 

집나이로 72세인 셈이다.

 

이후 해방직후인 46년 정읍농림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52년 7월 정읍군 촉탁공무원에 입문한게 공직의 출발점이다.

 

60년 3월 행정서기가 된 그는 62년 7월 서무계장을 거쳐 69년 11월 장수군 내무과장으로 발탁됐다.

 

공직에 들어온지 30년만인 81년 그는 꿈에도 그리던 무주군수에 임명됐다.

 

그리고는 부안군수, 김제군수, 도 식산국장을 거쳐 90년 12월말 부이사관으로 퇴직했다.

 

자신의 뜻과달리 공직을 떠나야만 했던 그는 불과 6개월만에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공천을 받아 제4대 도의원에 당선됐다.

 

도의원 시절 그는 “공무원 출신이니까 집행부에 우호적 이겠지”라는 후배 공직자들의 기대와 달리 매우 깐깐한 의원으로 통했다.

 

도의회 의장에도 도전해본 그였지만 도의원 시절에는 별다른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는게 동료의원들의 회고이다.

 

첫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 95년 6월 선거에서 그는 민주당 공천을 받아 민자당 후보였던 강광씨를 누르고 급기야 고향에서 민선시장이 됐다.

 

그리고 지난 98년 6월 선거에서 그는 재선에 도전했으나 공천을 따내지 못해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그는 현역의 잇점을 살려 국민회의 후보였던 강광씨를 또다시 물리쳤다.

 

선거직전인 98년 3월 국 시장은 시청내 과장과 읍면동장에게 매우 특이한 공문을 보내 그것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했다.

 

공문의 내용은 시장관사에 놓고간 현금 1천만원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인사를 앞두고 시장부인만 있는 관사에 명함도 없이 놓고간 봉투속의 현금 5백만원과 음료수 상자속의 5백만원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공개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음은 물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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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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