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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들국화 30 콘서트] 세월 거슬러 청년으로 다시 피다

개성 돋보인 인디밴드 헌정 무대 / 독보적 창법의 명불허전 전인권

▲ 지난 24일 소리전당에서 열린 들국화 30콘서트. 사진 제공=유백영 사진작가

불가역적인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들국화’의 전인권은 시간과 공간의 물리·화학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돌아왔다. 엄혹한 1980년대 전인권의 포효하는 듯한 소리는 LP판의 바늘처럼 우리들 심장 판막을 날카롭게 긁었고 생의 출구도 통로도 없는 막막한 체제 속에서의 비상구였다. 청년들은 열광했고 들국화는 하나의 담론이 됐고, 한국 록의 역사는 들국화가 청년문화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의 스피릿을 결정지었다고 새로 써야 했다.

 

그런 그가 전주에 왔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CJ문화재단이 들국화의 30주년을 기념한 트리뷰트 공연 ‘튠업 스테이지 들국화30’(지난 24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을 무대에 올린 것. 튠업 뮤지션들은 들국화라는 밴드의 정신을 이어받고, 들국화 1집을 재현하며 ‘헌정’의 의미를 더했다.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되기 전, 튠업 뮤지션들의 전인권에 대한 로망과 오마주가 화면 가득 펼쳐졌고, 3인조 밴드 ‘블루파프리카’가 등장했다. 담백하게 끈적이는 팝 블루스적인 느낌에 댄디한 그들은 한국적이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를 입힌 ‘향기’ 등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고 들국화 1집에 수록됐던 ‘더 이상 내게’를 불렀다. 두 번째로 등장한 ‘아시안체어샷’은 전통적인 ‘록’에 한국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비지스’나 비틀스를 연상케 하는 그들은 현재 인디음악계의 커다란 화두가 됐다. ‘세계로 가는 기차’를 부를 때 사이키델릭한 분위기, 초절정 고음과 강렬한 색깔은 묵직한 체어 샷과도 같은 충격을 주었고, 관객들이 환호가 시작되는 발화점이 되었다.

 

그리고 전인권의 등장. 역시 그는 독보적인 아티스트였다. 기계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고음, 구부정한 자세에서도 홀연히 흘러나오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어법이 청중을 숨죽이게 했다. 환호와 고요가 동시에 길항하는 역설의 공간에서 40∼50대로 보이는 이들이 일어서기 시작했고, 눈물을 보였고, 침잠된 30년 전의 청년시절이 가슴팍을 두드리며 수면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걷고 또 걷고’를 부를 때의 언표는 고단한 아티스트의 상처와 영광을 말하려는 듯했고,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를 때 지나온 청춘과 세월의 중력에 주름잡인 얼굴들을 환호하게 했다. ‘돌고 돌고 돌고’를 부를 때 중년들은 일어서서 과적의 세월을 털어냈다. 중간 중간 예순을 넘긴 전인권의 여유와 경륜이 묻어나는 유머는 관객들을 신나게 했다. ‘걱정 말아요, 그대’는 위로와 격려가 묻어났고 로드 스튜어트의 ‘sailing’을 부를 때는 아직도 커다란 배의 용골을 붙잡고 항해 의지를 다지는 듯했다. ‘행진’을 부를 때는 격정의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살아있음을, 스무 살 무렵의 치기와 해후를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기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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