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걸쳐 도내 대표적 상과 고등학교로 우뚝 섰던 전주상고도 전반적인 실업계 고교의 쇠락 추세에서 비켜서지 못했다. 경영정보·그래픽·정보처리학과 등으로 전면 학과 개편을 단행하는 등 정보화시대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했으나 대학 진학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한계를 절감했다.
은행이 최고 직장으로 여겨지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주상고에는 매년 많은 우수 학생들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전주상고의 성쇠는 야간학교의 개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많은 지원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어 지난 74년 6학급 규모의 야간학급이 개설됐다.78년에는 야간학급만 학년당 5학급씩 15학급에 이른 것을 최고로 점차 줄어 1983년 1학급을 끝으로 야간 과정이 없어졌다.
실업계 학교임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두곽을 나타낸 많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현직 경찰 총수인 이무영 경찰청장이 이학교 출신이며, 김병량 현 성남시장·주우철 전 전북도부지사·이건재 전시장·이현종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도 전주상고가 모교다. 전주상고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만도 안균섭·류광현·전정구·나병선씨 등 4명에 이른다.
상업계 학교로서 전주상고 출신들의 금융계에서 활약은 눈부시다. 전체 동문의 25%에 이르는 5천명 이상이 금융계를 거쳐갔을 것으로 동창회는 파악하고 있다. 현재 도내 금융기관 점포장으로 있는 동문 수만도 7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기관 구조조정 이후 각 금융기관마다 상업계 고등학교 인력 채용을 대부분 기피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상업계 지원자도 매년 급감 추세다.
이같은 어려움속에서도 전주상고가 실업계 학교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은 돋보일 만하다. 지난해에는 교수·학습방법개선 실업교육분야 우수학교로 선정돼 표창을 받았으며, 교과 교육연구부분에서 컴퓨터 디자인 교육연구회 교사 10명 전원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주상고 학생들은 인터넷 정보사냥대회 둥 컴퓨터 관련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정보화 분야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 관련 첨단시설에다 학내 컴퓨터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기량을 갈고 닦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취업난 속에서 매년 1백명 이상 학생들이 실업계의 핸디캡을 딛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것 역시 학교와 학생 모두의 노력의 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주상고가 외부에 자랑할 수 있는 것으로 검도부의 활약을 들 수 있다. 김영복 선생이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전주상고 검도부는 95년 전국체전 우승을 시작으로 97년까지 3년 연속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홍균 선생이 감독 바톤을 이어받아 지난해 문화관광부 장관배 전국대회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시 정상권을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한 때 전주 야구를 대표하던 학교 야구부가 해체된 것을 동문들은 가슴 아파한다. 김완겸 총동창회장은 “전상환 전동창회장을 중심으로 동창회에서 야구부가 해체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허사가 됐다”며, “60년대 어려운 시절 창단해 재원문제 때문에 해체된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총동창회 장학기금으로 1억5천만원을 적립했으며, 내년중 재단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주공립중학교에서 출발해 전주남중과 분리되면서 순수 상고만으로 50년을 달려온 전주상고가 이같은 희노애락들을 뒤로 하고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총동창회는 인문계 전환을 위해 상고 이름까지도 ‘전주제일고’로 정해두었다. 내년부터 일부 학급을 인문계로 전환하기 시작해 완전히 인문계로 전환할 것을 바라고 있다.
윤영평 교장은 “전주상고가 실업학교로서 시설 등 여러 면에서 손색이 없지만 현실적인 취업 문제와 학교 발전을 바라는 동문들의 강력한 여망에 따라 인문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동문 인맥
◇금융계
소형철(12회 전농협중앙회 이사) 김현호(13회, 전상업은행 전무이사) 이용규(22회 전북은행 영업부장) 송춘식(24회 농협중앙회 농산물유센터 부사장) 조옥현(24회 농협고사동지점장) 황옥현(25회 전북은행 상무이사) 김헌곤(25회 국민은행 이태원지점장) 김중수(26회 〃남영동지점장) 이형노(〃도화동지점장) 이경수(〃마장동지점장) 송은석(〃훼미리아파트지점장) 유영안(〃난곡지점장) 송기태(〃용두동지점장) 송재섭(〃월곡동지점장) 이윤수(26회 〃전주중앙지점장) 양두철(26회 농협태평동지점장) 최북근(〃경원동지점장) 국점용(〃교육지원부장) 박영옥(〃 축산물가공사업소장) 김완기(〃목우촌 김제육가공공장장) 서길호(26회 국민은행 총무부장) 한병락(26회 조흥은행 여신관리부장) 안선엽(26회 서울은행전주지점장) 김천곤(27회 국민은행 익산신동지점장) 김이동(27회 〃금암동지점장) 최용진(〃군산지점장) 최안호(27회 조흥은행 전주지점장) 김정식(27회 전북은행 금암동지점장) 김현기(〃 안덕로지점장) 장성식(27회 농협 효자동지점장) 최춘식(28회 대한투자신탁전주지점장) 정영권(28회 전북은행 종합기획부장) 한상길(〃군산지점장) 유중수(28회 서울은행 효자동지점장) 박완철(국민은행 청운동지점장) 양기주(28회 전일상호신용금고 익산지점장) 성만호(29회 주택은행 전주기업금융지점장) 이득재(29회 전북은행마동지점장) 이태복(29회 전북은행 전북대병원지점장) 정민생(29회 국민은행 서신동지점장) 홍규식(29회 주택은행 금암동지점장) 노동철(30회 〃정읍지점장) 김학관(30회 전북은행검사부장) 이문희(30회 한빛은행 전주지점장) 방극란(30회 농협 안행교지점장) 최동식(30회 전주농협상무) 오세일(31회 〃) 김상준(31회 농협 서신동지점장) 김진오(31회 전북은행 익산공단지점장) 강희창(32회 〃중산지점장) 정철규(32회 한빛은행 서신동지점장) 김영철(33회 전북은행 남문지점장) 강신원(〃진안지점장) 안봉기(〃충경로 지점장) 변재정(35회 대우증권 전주지점장) 이강춘(35회 동원증권 호남본부장) 홍면수(35회 전북은행 삼천동지점장) 유승옥(〃송천동지점장) 소길수(〃서신동지점장) 유남주(〃정읍지점장) 육환수(37회 하나은행전주지점장) 이병곤(38회 전북은행 태평동지점장)
◇관계
박청준(3회 전남원군수) 경재영(8회, 전감사원부이사관) 김택주(8회 전국무총리비서관) 이건재(11회 전전주시장) 이덕규(15회 전임실군수) 김창배(15회 전서울시청주택국장) 주우철(16회 전전북부지사) 김병량(16회 성남시장)
◇정계
안균섭(2회 전국회의원) 류광현(3회 〃) 전정구(8회 〃) 김현명(9회 전도의원) 김병석(25회 노사정위원회 대변인) 강동원(28회 전도의원)
◇군·경찰·소방
박완득(2회 전경찰서장) 백윤기(3회 전육군소장) 전상환(8회 전전주경찰서장) 나병선(10회 전 육군중장) 주영환(12회 전육군대령) 백남철(13회 전전주경찰서장) 정영모(15회 전육군대령) 이수영(19회 전 육군대령) 이무영(20회 경찰청장) 우재태(20회 전북경찰청 경무과장) 손경호(20회 완산소방서장) 유선문(26회 장성경찰서장)
◇경제계
김동기(8회 중앙상선대표) 김용재(13회 대명관광대표) 전창수(13회 청원대표) 한규엽(15회 승주컨트리크럽대표) 김형근(15회 환경관리공단사업이사) 이동희(15회 농업유통공사 기획이사) 송기인(22회 동성사 대표) 이우복(27회 벽계가든대표)
◇학계
양종의(1회 전전북대대학원장) 이현종(8회 전국사편찬위원장) 김경열(8회 전숭실대교수) 최정호(9회 연세대교수) 이춘호(9회 전전북대교수) 남기상(〃) 차재덕(10회 〃) 이병태(10회 전한양대 법대학장) 이상일(20회 전서강대총장) 오대성(26회 우석대교수)
◇언론계
김남규(12회 전KBS전주총국 보도국장) 강호경(14회 〃) 김학(〃부장) 송호창(13회 전동아일보 이사) 장용웅(15회 전북도민일보 논설위원) 이길용(22회, 전전라일보사장) 김태연(23회 새전북신문 총무국장)
◇체육계
최종수(8회 대한당구협회고문) 송국섭(9회 전전북체육회사무국장) 문창균(15회 전전북태권도협회장)
◇법조계
최영수(33회 변호사)
◇의료계
정회선(3회 시민치과원장) 오영호(8회 산부인과원장) 이행운(27회 클리닉원장)
연혁
△1937.4.19 전주공립중학교 개교(수업연한 5년, 10학급)
△1938.4.1 전주남중으로 개칭
△1945.8.15 해방으로 인해 폐교
△1946.11.20 전주공립중으로 개칭해 복교
△ 〃 김가전 초대교장 부임
△1949.3.18 수업연한 6년, 21학급
△1951.9.1 전주상고(9학급)와 전주남중으로 분리
△1962.4.1 18학급으로 인가
△1974.3.1 주간 21학급, 야간 6학급 인가
△1978.11.3 주간 24학급, 야간 15학급 인가
△1981.7.7 주간 27학급, 야간 12학급 인가
△1987. 7.14 신축교사 준공
△1996.2 교육부 전산교육시범학교 선정
△1998 학년당 9학급(경영정보 2, 그래픽 2, 정보처리학과 5학급)
△1998 그래픽관 준공
△2000.2.15 전사 동문 위령탑 제막식
△2000.3.1 제23대 윤영평 현교장 부임
△2001.2.12 제58회 졸업(총 2만64명)
본교출신 전.현직 교감급이상 모임 '기린교우회'
전주상고의 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동문이라면 교직에 몸담았던 동문들. 실업계 학교의 특성상 교직 진출자가 많지 않은 탓에 동문 교직자들간에 유대가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전주상고 출신 전·현직 교감급 이상 친목 모임인 ‘기린교우회’는 학교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아 학교 발전에 직간접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양구 동문(8회)이 모교 교장으로 부임해 만든 기린교우회는 처음 8명에서 시작해 지금은 회원수가 26명으로 늘었다. 분기별로 한 번씩 만나 친목을 다지고 애경사를 챙기는 사적 모임이기는 하지만 오랜 교육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모교 발전 방안에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전쟁에 참가해 전사한 동문들을 위해 충혼비를 건립하자는 의견도 이모임에서 제기돼 지난해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학내에 건립됐다.
최근 총동창회 차원으로 확산된 인문계 전환 요구의 처음 진원지도 기린교우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감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초청 간담회를 갖고 학교 발전에 의견을 나눈다. 6년간 최장수 모교 교장으로 재직했던 박승기 교장에 대해 기린교우회는 ‘동문 아닌 동문’이라고 할 만큼 학교 발전의 역할을 한 것으로 높게 평가해 공로패를 수여했다.
이양구 초대회장에 이어 박충규 전 진안제일고교장(15회)이 3대 회장을 맡고 있다.
△김용석(5회 전전주상고교장) △이양구 △전우배(8회, 전관촌중교장) △이인규(8회 전대야진성여중교장) △임용래(9회 전전라여중교장) △박병요(11회 전전일여중교장) △전기옥(13회 전진안여중교장) △김장영(14회 전 복흥중교장) △박충규 △김종백(15회 전공음중교장) △송지열(15회 봉남중교장) △원공연(15회 구림중교장) △최종록(15회, 전무주고교장) △백인종(16회 적상중교장) △김수원(17회 군산삼북중교장) △이명지(17회 장수중교장) △박명일(18회 전북학생교육원장) △서정완(19회 왕궁중교장) △송행남(19회 군산여상교장) △안명수(20회 칠보고교장) 등이 그 회원.
전주상고 출신과 국민은행
상고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했던 직장이 금융기관. 전체 졸업생의 4분의 1에 이르는 5천명 이상이 금융계에 몸담았을 만큼 전주상고 출신들의 금융계 진출이 활발했다.
여러 금융기관중 특히 국민은행에서 전주상고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은행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전 많을 때는 3백50여명의 전주상고 출신들이 국민은행에 몸담았으며, 현재도 2백명 이상이 국민은행을 지키고 있다.
현직 국민은행 지점장급 이상이 14명에 이르며, 도내에서만도 전주중앙·금암·서신동·익산신동 지점장을 전주상고 출신들이 맡고 있다. 26회 동기들의 이은행 지점장 수가 7명에 이를 만큼 많은 것도 눈에 띤다.
총동창회 이사를 맡고 있는 이윤수 국민은행 전주중앙지점장(26회)은 “국민은행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많은 인원을 뽑은 이유도 있지만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 무시험 입사시 많은 추천을 받은 게 국민은행에 많은 동문이 포진할 수 있었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국민은행 재직 동창회가 조직돼 모교를 돕는 일에도 열성이다. 재직 총동창회에서는 매년 2명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또 전북지역 재직 동문 30여명은 이와 별도로 끼니를 거를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운 모교 학생 3명에게 월 15만원씩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IMF 이후 은행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후배들의 은행 입행이 안되는 점을 은행 재직 동문들은 무엇보다 안타깝게 여긴다. 국민은행내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많은 동문 수도 은행들의 상고 출신에 대한 전반적인 채용 기피 현상에 따라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