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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임산부 보약 '해삼'

 

 

필자가 어릴 적에 누군가에게서 해삼을 먹으면 수영을 잘 한다는 말을 들었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던 당시의 필자는 그 말을 곧이듣고 해삼을 본 적도 없으면서 해삼을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나중에 해삼의 못생긴 모습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해삼은 참으로 못생겼다. 등 전체에 제멋대로 돋아난 뾰죽한 가시며, 일정하지 않은 형태의 얼룩이 그려진 모습이 해삼의 전부이다. 그 형태 때문에 해삼은 극피동물(棘皮)이다.

 

그러나 형태와는 다르게 맛은 좋아서 회를 즐기는 사람들은 해삼도 같이 좋아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해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도 많다고 한다. 해삼에서 제일 맛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어떤 사람들은 내장이라고 한다.

 

해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이 해삼을 잡아먹으려고 공격하면, 해삼은 항문을 통해서 내장을 몽땅 내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내장을 먹느라고 정신이 팔린 동안에 해삼은 도망을 치며, 해삼의 없어진 내장은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생겨난다고 한다.

 

해삼은 영어로는 "Sea cucumber"라고 한다. '바다의 오이'라는 뜻이다. 해삼의 기다란 모습에 우툴두툴한 피부를 보고 서양사람들이 이름 붙인 것일 것이다. 동양에서는 해삼(海蔘)이라고 했다. 왜 하필 해삼(海蔘)일까? 어디를 보고 이 못생긴 동물을 옛날 사람들은 왜 바다의 삼(蔘)이라고 했을까?

 

일찌기 한의학에서는 해삼(海蔘)을 인삼(人蔘)과 같다고 보았다. [藥性歌]에서는 해삼에 대해서, '진액을 맑고 윤하게 해주며(淸潤津), 능히 비장과 신장을 보하고(能補脾腎) 부인에게 좋다(宜婦人)'라고 하였으며, 임산부에게는 인삼처럼 좋다고 했다.

 

아기를 가진 임산부들이나 출산 직후의 산모들은 몸을 보하기 위해서 해삼죽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놀라운 점은 인삼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사포닌(saponin)이 해삼에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해삼에는 사포닌의 일종인 홀로투린(holothurin)이 많이 들어있다.

 

원래 홀로투린은 해삼을 공격하는 물고기들에게는 독으로 작용하지만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성분으로 사포닌 성분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다른 물고기에게 공격을 았을 때 해삼이 내놓는 끈적끈적하고 기다란 해삼의 내장에 홀로투린이 많이 들어있다.

 

이는 해삼을 공격하는 물고기에게는 독성이 있고 끈적거리는 내장을 뿜어내서 반격을 가하는 수단이지만, 홀로투린에 반응하지 않는 물고기나 사람들에게는 맛좋은 음식일 뿐이다.

 

 인삼과 해삼에 많이 들어있는 유효성분인 사포닌(saponin)은 배당체(glycoside)로서, 사포닌의 사포(sapo)는 비누(soap)를 뜻한다. 이는 사포닌이 함유된 수용액을 비이커에 담아 흔들면 비누거품처럼 거품이 뜨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주로 식물의 뿌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옛어른들께서 인삼과 해삼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을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마음이다. 해삼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노인들에게도 좋은 보양식품이다.

 

해삼의 미끈한 성질 때문에 설사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주의를 요한다. 도도독 씹히는 해삼의 맛을 감미하면서 오래된 벗들과 가벼운 술 한잔이 생각나는 금요일이다.

 

/장인수(우석대 김제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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