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心莫共花爭發하라 一寸相思一寸灰니라
춘심막공화쟁발 일촌상사일촌회
그리운 마음(春思)아! 꽃과(共花:꽃과 더불어) 다투듯(爭) 피어나지(發) 말아라(莫). 한 마디(一寸) 그리움(相思)에 그대로 한 마디(一寸) 재(灰)가 되는 내 마음이란다.
당나라 말기의 시인인 이상은(李商隱)의 여러 〈무제(無題)〉시중의 한 수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인 이상은은 너무 여린 마음에 평소 이루지 못할 짝사랑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그런 이루지 못할 짝사랑을 한 탓에 상대방의 신분이 노출될까봐 사랑의 감정을 글로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고 특히 글에 제목을 붙일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시중에는 무제(無題) 시가 많다. 그런데 이 무제시의 내용이 너무나도 아름다우면서도 사연이 절실하고 안타까워서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이 젖게 할 정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상은을 일러 만당 시기 유미주의 문학조류를 대표하는 시인이라고 한다.
누가 말했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짝사랑이라고. 붉게 피어나는 그리움에 가슴은 다 타버려서 재가되고 있는데 오늘도 말은 못하고 가슴에만 묻어두고 있는 사랑, 받고싶은 건 아무 것도 없고, 무엇이든지 주고만 싶은 사랑. 그게 진짜 사랑이다.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정을 부리는 사랑, "너를 사랑한다"며 매달리는 사랑, 이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행패다. 사랑은 그저 주기만 하는 것이다. 받지 않아도 한결같이 그저 주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의 감정을 김일로 시인은 "주어도 받질 않는 정, 도토리라도 쥐어 줄 걸"이라고 표현하였다.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터질 듯 봉오리 맺힌 사랑들이 꽃으로 피어나길 빈다.
春心:'그리는 마음'이란 뜻이다. 莫:말 막 共:함께 공 爭:다툴 쟁 發:필 발 灰:재 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