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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트로피 남편

 

요즘 항간에 떠도는 말 중에서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 눈에 뛴다. 남편은 남편인데 운동경기의 트로피같은 존재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트로피 나편이 하는 일은 종전의 전업주부가 하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사준비와 집안일 그리고 육아문제 등을 맡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전업남편이 생기게 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한 가정의 생산성에 대한 부부간의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트로피 아내’보다 바람직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트로피 남편은 ‘트로피 아내’에서부터 파생된 용어이다. 이 낱말은 1980년대 말 미국의 격주간 종합 경제지 ‘포춘(Fortune)’에 보도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미국에서 재산의 축적에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조강지처와 이혼한 뒤 젊고 예쁜 아내를 맞은 것이 마치 운동경기에서 트로피를 받은 것과 유사하다는 데서 붙여지 이름이었다.

 

그러니까 ‘트로피 아내’에서 ‘트로피 남편’이 파생되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20여 년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굳이 따지자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양성 중심 혹은 여성 중심의 사회로 전이(轉移)가 일어나고 있음을 객관화시켜준 상징적인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트로피 남편’인 것이다. ‘트로피 아내’가 준 상징적인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트로피 남편’인 것이다. ‘트로피 아내’가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트로피 남편’은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런 면에서 ‘트로피 남편’이 ‘트로피 아내’보다 좀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것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것도 사실이다. 독일어인 ‘품펜(Lumpen)’이 부랑자나 실업자를 뜻하고 이런 실업자에는 지식인 실업자와 최하층 실업자 등의 여러 ㅂ부류로 다시 나뉘어지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내가 벌어다 주는 것으로 연명하는 한량(閑良)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어 온 지 오래다.

 

그래도 이런 단어는 좀 무게(?)가 있는 편이다. ‘셔터맨’은 어떠한가. 흔히 약국 등 가게의 철문을 내리는 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으로 상징화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연원을 따지자면 ‘셔터맨’이 좀더 신세대에 속하지만 ‘룸펜’보다 더 측은하게 느껴지는 것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살피건데 ‘트로피 남편’은 그동안 집안에서의 남성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사각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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