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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새로운 힘] 아빠같은 사람과는 결혼안해!

딸들이 자라면서 결혼을 생각하고 또 미래의 배우자가 될 사람을 머리 속으로 그려볼 때, 대부분 아버지를 비교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아버지를 좋아하는 어린 딸은 ‘난 커서 아빠하고 결혼할래!’ 하다가 좀 더 자라면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래!’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난 절대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 안 할 거야!’라고 부르짖으며 다짐하는 딸들도 있다.

 

필자도 아버지 같은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와 반대되는 점이 많은 사람과 결혼했다. 그런데 결혼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것저것 챙겨주는 자상한 아버지와 달리 너무도 무심한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을 기대해 번번이 실망하고 상처받으며, 결혼생활을 힘들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자신이 모순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자상함을 귀찮은 간섭쯤으로 여겼다.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에, 쿨한 남편의 성격이 내가 바라는 결혼생활에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자상함을 기대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진정으로 남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내가 나한테 속은 것이고 모순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미혼여성이 일란성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의 모순적인 삶을 보고 결혼할 남자를 선택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양귀자씨의 소설 <모순> 에서, 주인공은 이모의 죽음을 통해서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이 불행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주인공 자신에게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결혼 상대자로 생각했던 두 남자 중에서 자신에겐 없는 것을 가지고 있지만 이모같은 불행을 초래할지도 모를 남자를 택하게 된다. 뜨거운 줄 알면서 뜨거운 불로 다가간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는 행복이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좋은 점 이면에는 좋지 않는 점이 있을 것이다. 보통 아내에게 자상하게 잘하는 남편들은 기대하는 것이 많고 간섭도 더 많이 하지는 않을까? 만약 내 남편이 그랬다면, 다른 사람의 간섭받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이로 인한 심한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고,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제약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딸이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지 않고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딸이 나와 같은 모순에 빠져서 힘들어 할까봐 미리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자기가 기대하고 원하는 것,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인식하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딸은 아마도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고 살아가면서 내가 말했던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삶의 어떤 교훈도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모순투성이다. 우리가 이러한 모순을 이해한다면 좀 더 삶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 딸을 비롯하여 결혼을 생각하는 미혼 여성들이 삶의 모순을 이해하고, 이 모순 때문에 삶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이명하(전북대학교 간호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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