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만km 무사고 문한봉 기관사 "가족한테 미안...사명감 실천"
“명절때 집에는 못있지만 수많은 귀성객을 안전하게 수송했다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가족한테는 미안하지만 사명감을 실천했다는 보람으로 삽니다”
민족대이동이라는 설을 맞아 모두가 고향을 찾기 바쁜 가운데 귀성객을 수송하는 철도공사 문한봉 기관사(56)는 이번 설날에도 순천에 있어야 한다. 28일은 쉬지만 29일 10시30분에 출근해 12시에 익산역을 출발해 순천까지 기차를 운전하고 이튿날인 30일 새벽 4시35분에 순천에서 익산으로 다시 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기관사는 70년 2월 철도청에 입사, 부기관사를 거쳐 81년 6월 기관사가 된 후 작년까지 105만여㎞를 뛰었다. 작년 5월에는 영예로운 100만㎞ 무사고운전 기록을 달성,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들과 선물을 가득 갖고 내리는 부모들이 고향에 도착해 기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철도공사에 몸담은지 36년이 돼 천직으로 알고 오직 고객의 안전과 정확한 발차 및 도착에 최선을 다해왔다”며 “36년 동안 ‘재수 좋으면’ 명절을 집에서 보낼 수 있지만 몇차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관사의 근무는 전월에 한달치가 정해진다. 월 174시간으로 규정돼 있으나 실제는 훨씬 많다. 익산∼서울을 왕복하면 3시간 20분씩 6시간 40분과 3시간 30분의 준비시간 등 10시간 10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만 실제는 24시간 집을 떠나있다는 설명이다.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아 생활이 뒤죽박죽이다. 새벽은 물론 심야에도 출근한다”는 그는 “아내와 1남1녀 자녀들이 가장을 믿고 따라줘 미안하고 고맙다”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그가 소속된 철도공사 익산기관차승무사무소(소장 김칠환)의 183명 기관사 대부분이 이번 설연휴에는 임시열차 증편 등으로 타향의 숙소에서 명절을 보내야 한다.
“칙칙폭폭 소리가 나는 증기기관차가 70년 중반 자취를 감춘 후 이제 고속철도가 다니니 세상의 변화를 체감한다”는 문기관사는 “KTX를 운전하고 평양까지 가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꿈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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