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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하늘향카페' 운영하는 김봉술 신부

"지역주민 위한 문화공간 마련"…지난해 신태인성당내 카페 열어…수익금은 장학금과 복지시설로

지난해 신태인성당에 하늘향 카페를 연 김봉술신부는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desk@jjan.kr)

성당 안에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카페가 생겼다.

 

카페 이름은 '하늘향'이다.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신부님은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에게는 향기가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 의미처럼 하늘향 카페는 종교를 떠나 지역주민 모두에게 편안하게 열려있는 소통의 공간이 됐다.

 

"농촌 사회에서 점점 문화에 소외되고 있는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부담없이 음악을 즐기고, 작은 전시회를 열 수도 있는…."

 

천주교 전주교구 김봉술 신부(44)는 지난해 12월15일 정읍시 신태인읍에 위치한 신태인성당내 차고를 없애고 그 자리에 카페를 차렸다.

 

김신부는 "신태인성당에 부임한 후 지역사회를 살펴보니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은 통닭집 뿐이었다"며 "고민 끝에 성당에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6년동안 신태인성당 주임신부를 맡았던 김신부는 올 1월말 전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하늘향 노인복지센터'의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노인복지센터가 신태인성당과 바로 맞닿아 있어 사실상 한 울타리 생활이다.

 

'하늘향 카페'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이 문화공간은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집을 지어주거나 고쳐주는 봉사모임 '사랑짓는 요십이'와 성당 신자들의 정성으로 지어졌다.

 

김신부는 14일 "본당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마루 등의 자재를 재활용,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예산도 줄일 수 있었다"면서 "낡은 음향시스템을 비롯, 도예가의 정성이 담긴 시계 등 내부 장식 하나 하나에는 이 공간을 마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80년을 이어온 유서깊은 성당 안에 카페를 차리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차라리 자동판매기를 들여다 놓는 것이 낫다'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던 것.

 

김신부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 전체 신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자들이 지역사회 소통공간을 마련하자는 김신부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카페 설립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공간을 확보하고 나니 정작 운영할 사람을 구하는 일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신자는 물론 지역주민과 인근 학생들까지 이 특별한 공간을 찾고 있다. 또 우연히 이 곳을 찾은 블로거들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도 조금씩 소문이 나고 있다.

 

처음부터 이익을 내기 위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카페 문을 연 지 꼭 6개월이 지났으니 손익을 맞춰볼 때도 됐다.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 장학금과 하늘향 노인복지센터 노인들을 위해 쓰여진다. 김신부는 장학사업을 위해 카페와 함께 '옹기 장학회'를 설립했다.

 

지난 봄에는 카페 수익금을 활용, 신태인 지역 고교생 2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소박한 첫 결실도 있었다. 또 카페 이름처럼 아름다운 만남을 통해 사람들의 향기도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완주군 상관면이 고향인 김신부는 신태인성당 부임 후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공연과 연극·어르신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지역사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해왔다. 또 최근에는 하늘향 카페를 좁지만 넓은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일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 향유와 소통을 추구하는 김신부의 열정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과 맞닿아 있다.

 

그는 "역사·문화적으로 부흥했던 정읍 태인은 일제시대 수탈의 아픔과 수모를 겪으면서 차츰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아직도 뿌리깊은 문화와 역사가 곳곳에 숨쉬고 있다"면서 "세대 공감과 지역 소통·교류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읍 신태인성당에는 카페와 함께 다음달 또다른 이색 공간이 문을 연다.

 

최근 성당옆 하늘향 노인복지센터 건물 옥상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작은 천문대를 설치했다는 게 김신부의 설명이다. 지역 과학교사 등의 도움을 받아 다음달 중순께 문을 열 계획인 이 천체 관측시설의 이름 역시 '하늘향 천문대'다. 물론 밤하늘 별을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하늘향을 통해 신태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향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서 주민들과 공감하고 지역사회의 의미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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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윤나네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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