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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농약값이라도 건졌으면…"

작황 나쁜데 쌀값 더 떨어질까 걱정 앞서

"올해도 쌀값을 얼마나 받을지 걱정인데 10여새 가장 잘 안된 농사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수확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한톨이라도 불려야지요".

 

곡창지대인 정읍지역 들녘에도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가을바람에 넘실거리지만, 정작 추석 명절을 맞아 풍요를 만끽하고 즐거워해야 할 농민들은 쌀값 걱정, 작황 부진에 시름이 깊다.

 

14일 정읍시 고부면 농민 최선욱(45)씨는 "8월과 9월 일조량이 적고 잦은 강우로 인해 알곡 수가 적고 크기 또한 예년에 비해 30% 정도 잘아서 겉으로 보면 풍년인 것 같지만 사실상 흉년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또 "비가 잦은 관계로 농약을 하지 못해 문고병·목도열병 등에 시달리고 방제가 힘들었다"며 "낟알이 힘이 없어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뻣뻣한 상태로 여물어가는 논이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씨는 "전체적으로 수확량이 줄어들면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지만, 그동안 전국적으로 누적된 재고량이 많기 때문에 어려울 것 아니냐"며 "최하 평년수준인 15만원선이라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년에 비해 모내기를 일찍했다는 정읍 덕천면 박홍규(72)씨는 "상대적으로 10여일 앞서 서둘러서 알곡은 평년수준을 유지한 것 같다"며 "하지만 쌀값을 좀더 받아야 고생한 보람이 있을 텐데 농약값이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농사 짓고 외지에 있는 자식들에게 보내줄 쌀 몇가마를 빼면 전량 농협에 내놓는다는 박씨는 "쌀이 창고마다 가득 쌓여 있다는데 올해 가격은 어떨지 걱정이다"며 "정부에서 많이 남아있는 쌀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정읍시청 앞에서 쌀값 안정화 대책 마련과 생산비 보전을 외치며 농민집회를 이끌었던 송순찬 정읍시농민회장도 "흉작에 기대치 이하의 쌀값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풍년이다며 말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궂은 날씨가 잦아서 전반적으로 벼생육이 좋지 않아 20~30%까지 수확량이 감소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쌀값 걱정에 농민들은 추석을 맞는 즐거움도 잊혀진 것 같다는 송 회장은 "쌀값 문제로 소농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평생 농사지어 자식 뒷바라지하고 먹고 살았던 농민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송 회장은 이어 "정부의 정책들이 점차 대농 위주로 추진되고 다수 소농들의 가치가 없게 만들면, 중소도시 인구 감소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며 "농민들이 요구하는 17~18만원대 가격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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