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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정, 따뜻한 세상] 전주 '맥가이버 봉사대' 이성한 대장

"좋아서 하는 일…" 회원 11명 3년째 각종 물건 수리"

▲ 어려운 이웃들의 고장난 물건을 수리해주는 ‘맥가이버 봉사대’ 이성한씨가 전주 효자동 한 독거노인의 집에서 보일러를 고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딴딴딴딴따 따다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외화 ‘맥가이버’에서 주인공(미국 배우 리처드 딘 앤더슨)이 기발한 솜씨로 고장난 물건 등을 고쳐 위기를 탈출할 때 흘러나온던 주제곡이다.

 

전주에도 이런‘만능 맥가이버 아저씨’가 있다.

 

맥가이버 봉사대를 이끌고 있는 이성한 대장(61)이 그 주인공.

 

이 대장은 회원들과 함께 지역 홀로노인 및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집고치기 봉사, 고장난 선풍기·보일러 수리 등을 펼치고 있다.

 

그는 못 만들고 못 고치는 것이 없다. 심지어 보일러 배관·연통까지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라곤 없을 정도로 ‘만능 맥가이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가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0여년전 전주시 효자1동에서 통장으로 일할 때부터다.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생활 형편이 어려워 미처 고장난 물건을 고치지 못하고 사용하는 이웃들이 너무 많았던 것. 특히 혼자 사는 노인가정을 볼 때면 노부모 생각이 나 눈에 밟히기 일쑤였다.

 

급한 대로 사비를 털어 전구도 갈고, 막힌 변기도 뚫는 등 어르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다 보니, 어느새 이 일을 천직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계속되던 이씨의 선행은 차츰 인근 지역까지 퍼져나갔고, 이 소식을 들은 이씨의 지인들은 하나 둘 이씨를 돕기 시작했다.

 

뜻이 맞는 이들이 많아지자 마침내 2011년 5월 23일 이씨를 봉사대장으로 하는 총 11명의 ‘맥가이버 봉사단’이 첫 발을 디뎠다.

 

같은 해 수도, 전기시설 수리 등 20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한 봉사단의 공로가 전주시청에도 알려지면서 이씨는 전주시장으로부터 봉사유공시민 표창을 받기도 했다.

 

“포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알아주니 좋았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였죠.”

 

현재도 이씨의 맥가이버 봉사단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일에도 이성한 대장과 송용화 대원은 전주 효자동에 사는 곽재남 할아버지(73) 집의 보일러를 손봤다.

 

고마움에 몸둘 바 몰라 하는 곽 할아버지에게 이 대장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날도 추워지는데 따뜻하게 겨울을 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라면 짜증나고 힘이 들텐데, 이렇게 즐기면서 하니 절로 흥이 납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서 돕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멀리 사라져가는 그 뒷모습이 리처드 딘 앤더슨보다 훨씬 더 크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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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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