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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의 카나리아

▲ 이석현 국회 부의장
이번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에 의하면 소방공무원 10명 가운데 4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따른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의존증이나 그에 준하는 상태) 등 한 가지 이상의 심리적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는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리라.

 

눈에 보이는 위험도 소홀

 

묵묵히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소방관으로 일하는 지인과 얼마 전 저녁 식사를 했다. 그의 손톱 밑의 검은 그을음이 오늘 하루 그의 삶을 말해준다. 그는 늘 실수가 반복되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불이 나서 사후 원인을 조사하다 보면 불이 날 수 밖에 없는 징후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주 자그마한 것들이지만,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고 조치를 취해도 되는 일들이지만 그 일들에 대해 ‘별 일 없겠지’라며 스스로 합리화하는 순간 그 자그마한 것들은 조금씩 암세포 덩어리처럼 위험요소로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다 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는 다 배웠다. 요즘은 학교에서 ‘오답노트’라고 아예 정해진 노트가 있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시험문제를 풀 때 늘 같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그 부분을 제대로 집고 넘어가지 않아 또 실수를 해서 결국 더 큰 배점의 문제에서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

 

노래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카나리아는 소형 애완용 새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간의 사랑을 받아왔고 더군다나 영국에서는 카나리아가 더욱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광산업이 부흥을 이루던 시절 카나리아는 깊고 어두운 갱도 안에서 광부들이 일을 할 때 유독가스의 기운이 퍼지는 듯 하면 내던 소리를 멈추고 비틀거린다고 한다. 그래서 ‘탄광의 카나리아’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알리는 표현으로 사용됐다.

 

하물며 ‘보이지 않는 위험’을 알기 위해서 모든 감각을 열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눈에 보이는 위험’에 대해 우리는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같다. 빙판길이 있으면 돌아갈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빙판길 위에 연탄재를 뿌려야 하는 법이다. 세월호 사건은 그래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우리가 수 십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소중하면서도 아픈 기억이다.

 

의사 한분이 그러셨다.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아픈 법은 없다고. 갈대가 바람에 부러지지 쉽지 않지만 갑자기 어느 순간에 뚝 하고 부러지듯이 건강도 그렇게 나빠지기 시작하는 거라고 말이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주장한다.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법칙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돼 위험요소를 줄이는 노력으로 적용되어 왔다.

 

사회 위험요소 줄이는 노력해야

 

공부, 안전, 재해, 건강 등 우리 주변에 모든 것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위험’에 삶이 매몰되어 스트레스 받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다. 하지만 ‘보이는 위험’조차 우리가 무시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자세가 유지되고 방치된다면 더 커다란 ‘보이지 않는 위험’이 다가온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리에겐 ‘탄광의 카나리아’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스트레스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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