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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볍게' 만들자

▲ 이석현 국회 부의장
신(新)과 구(舊)가 소통을 해야 사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인류가 생긴 이래로 늘 이어져 온 사회발전의 원칙이자 진리이다. 오죽하면 18,500~14,0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 벽화에 ‘요새 젊은 것들이 버릇이 없다’라는 의미의 기록이 있겠는가. 이렇듯 인류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 세대 간의 소통은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버릇없고, 철 없는 어린 아이 대하듯’ 하고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고리타분하고, 변화를 외면하는 늙은이’로 취급해 버린다.

 

쉽지 않은 세대 간 소통

 

몇 년 전 여름 시내버스를 탄 적이 있다. 맨 뒷자리 구석에서 앉아 있었던 나는 목적지까지 두세 정거장만 더 가면 내리게 되어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바로 직전 정거장에서 그 일이 터졌다. 깡마른 할아버지가 버스에 탔고 그 할아버지는 경로석에 앉아 있던 여고생으로 보이는 학생에게 다짜고짜 ‘버릇이 없다’, ‘왜 자는 척을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며 훈계를 하였다. 여고생은 억울한 듯 눈물을 흘리며 ‘왜 그러세요’라는 말만 작게 되풀이고 하고 있었다.

 

그러자 몇몇 어머님들이 말리셨다. ‘어르신이 진정하시라’며 차분히 사태를 진정시키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요즘 아이들도 얼마나 공부하기 힘든데 그렇게 마구잡이로 혼을 내면 어떻하시냐’며 할아버지의 완고함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 여학생이 정말 자는 척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피곤해서 빈 경로석 자리에서 잠시만 눈을 붙이려고 했을 수도 있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할아버지께서는 요즘 아이들의 버릇없음에 가르침을 주고자 따금하게 훈계를 하신 것이고 어머님들은 경쟁으로 점철된 현실에서 힘들게 공부의 전쟁터에서 꿈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고단함을 절절히 이해했을 것이다.

 

다행히 사태는 할아버지와 여고생이 서로에게 어깨를 다독이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참 개운하지 않은 일이였다.

 

가끔 오토바이가 차 옆을 바람을 가르듯이 질주하는 것을 보면서 ‘쯧쯧’하며 혀끝을 찼던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저러는거 저 녀석 부모가 알라나 몰라’며 내가 본 그 순간에 옳고 그름을 바로 결정지어 버렸다.

 

겉멋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위험하기도 하고 요즘 말로 ‘날라리’처럼 보인다고 아이들을 훈계하지만 내 아버지 때를 떠올리면 지금과 다르지 않다. 빽바지(흰바지)에 머리에 파자마 기름을 바르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사고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지금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어른들의 훈계를 들어야 했다.

 

한 공간에 중학생을 모아놓고 다른 공간에는 그들의 아버지를 모아 놓고 각각 설문조사를 하면 아버지들은 아버지로서의 점수가 70~80점은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아버지에 대한 점수는 40~50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해야

 

무엇이 문제인가. 각자의 눈높이로 상대방을 보고, 해석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 또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서로가 채점한 점수의 차이가 줄어들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가정도 사회도 그리고 국가도 에너지를 더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가벼운 모습이 내가 가진 ‘권위’, ‘능력’ 등을 반감시킬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라. 조금만 스스로를 가볍게 만들면 더 큰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난 삶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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