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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꾸뻬씨의 행복여행'] 행복은 목적지가 아닌 그냥 존재하는 상태

행복(Happiness)이란 단어의 스펠은 y가 아니고 i다

요즈음 스크린 셀러(Screen seller.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과 베스트셀러를 합친 신조어)가 대세다. 영화가 책이 되고 책이 영화가 되는 순환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 책들이 수북하다. 영화를 볼까? 책을 읽을까? 고민이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도 그중 하나다. 책 봤는데…. <80일간의 세계 일주>, <버킷리스트> …. 아름다운 기억이 되살아나 영화를 보게 된다. 홀린 듯 두 시간을 보내고 나니 가슴이 뻐근하다. 또 한 세트를 이렇게 섭렵했구나! 그런데 하나 더 했다는 성취감 뒤로 씁쓸한 느낌이 밀려든다. 영화의 질문에 마땅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헥터’(사이먼 페그 분)를 통해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의사이면서 예쁘고 능력 있는 애인 ‘클라라’(로자먼드 파이크 분)와 함께 잘살고 있으니 행복하다고 할 법도 한데, 그도 답을 갖지 못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그를 통해서 행복해지려 한다는 것도 그가 행복의 실체를 찾아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틴틴의 모험》이란 만화를 보고 전 세계를 돌면서 다양한 모험을 즐기는 꿈을 꾸어왔던 터인지라 그는 세상 사람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행복을 확인하기로 한다.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은행가 ‘에드워드’는 ‘돈이 행복’이라고 했다. 비행기 일등석을 고집하는 그는 산해진미에 최고급 호텔 등을 행복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 가서는 마약 밀매를 하는 ‘디에고’에게서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을 듣는다. 부정한 방법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홀로 떨어져 지내는 그는 외롭지 않게 지내는 것이 최고라 했다. 티베트 고원 산꼭대기 수도원의 승려는 ‘진정한 행복은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이라며 활짝 웃는다. 비행기에서 말기 암 환자를 돌봐주고 돌아갈 자리가 있는 자신이 행복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마지막 여정은 LA다. 자신의 첫사랑이 있는 곳. 설렘으로 심리학자인 옛 애인 ‘아그네스’를 만난다. “과거는 그 자체일 뿐이야.” 라며 선을 긋는 그녀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그네스의 소개로 뇌파로 감정을 측정하는 자리에 앉는다. 담당 교수는 과거에 가장 좋았던, 또 나빴던 감정을 떠올리라고 주문한다.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는데, 클라라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리운 사람,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사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헥터는 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낸다. 뇌파가 최대로 활성화되어 측정용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머릿속이 온통 노란 색으로 물든다.

 

영화는 헥터가 여행하면서 깨달은 내용 16개 항을 리스트로 정리해서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돈이나 지위를 행복이라 생각한다.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하면 기분을 망친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고 그렇게 존재하는 상태이다.’등. ‘감춰진 욕구 때문에 망상에 사는 우리, 내면의 틴틴(아이)을 떠나보내라. 진정한 어른이 되어 행복을 구가하기 위해서 말이다. 행복은 일종의 부수적 효과다.’라는 메시지가 커다란 울림을 준다.

 

<행복을 찾아서> 의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 분)가 떠올랐다. 그는 행복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행복이란 오직 추구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평생 무슨 일을 하던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거기서 그는 행복(Happiness)의 스펠이 y가 아니고 i임을 강조한다. ‘네 것이 아니고 내 것인, 내가 찾는.’이란 뜻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구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단어 행복, 영화를 통해 보니 세상사람 모두가 추구하는 이상향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사용해 왔던가. 포장용으로, 기부용으로 써왔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영화가 우리를 치유의 숲으로 안내한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내면의 스토리(I-Story)를 대안적 스토리(Alternative Story)로 바꾸면 그 속에서 자기최면과 자기 다짐이 일어난다. 이른바 리스토리텔링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안에서 통찰과 일반화 그리고 객관화 반응이 생긴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 기제를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해야 하겠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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