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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내일을 위한 시간']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은 선물이다

영적으로 정신적인 성장은 오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형제 감독 ‘다르덴’ 의 영화는 아프다. 아픔이 깊어 쓰리다. 몸을 바로 펴지 못하고 영화를 본다. <로제타> 부터 그랬다. 영화는 막 수습기간이 끝난 열여덟 살 새내기 소녀를 공장에서 쫓아낸다. <더 차일드> 에서는 20세도 안 된 커플이 아이를 낳고 아빠가 아이를 판다. <자전거 탄 소년> 은 아빠가 초등생 아들을 버린다. 그 아들이 몸 모다 더 아끼는 자전거를 팔아 치우고 잠적한다. 최근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에서는 우울증으로 시달리다 몸을 겨우 추스르고 복직을 시도하는 30대 여성을 해직시킨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호와의 승인이세요?”

 

의문이 인다. 왜 이렇게 영화가 고통스러워야 하는가. 왜 관객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영화를 봐야 하는가. 직면시키기 위해서다. 약자의 약한 부분에서 파편처럼 튀는 고통과 두려움을 직면시켜 어쩌려고? 직면해서 무뎌져야 자유로워지니까.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을 봐야 자기지각과 변화에 대한 동기를 증가시킬 수 있으니까.

 

‘M,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이란 책을 통해 말한다. ‘영적으로 정신적인 성장은 오직 문제에 직면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정신적 성장을 자극하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도전적 태도를 격려해야 한다. 이는 마치 우리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일부러 문제를 내주고 풀어보도록 하는 것과 같다’라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고통은 가르침을 준다’고 했으며, 칼 융은 ‘노이로제(신경증)란 항상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 고 했다.

 

우울증으로 휴직하고 치료를 받은 후 복직을 계획하고 있는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 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회사가 타개책의 하나로 투표를 실시했다. 산드라를 복직시키는 안과 직원 모두에게 각각 1000유로 씩 보너스를 지급하는 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직원들은 보너스를 선택했다. 그런데 선동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어 사장은 재투표를 명했고 다음 주 월요일로 날짜가 잡혔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은 이틀 낮, 하룻밤(영화의 원제임, Two days, One night)이다. 산드라는 반장과 자신을 제외한 직원 16명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과반수, 즉 9명을 자기편으로 만들어야 복직을 할 수 있다. 확실한 표는 절친 ‘줄리엣’(캐서린 살레 분)의 것뿐이다.

 

산드라는 주저앉고 만다. “못해, 못한다고.” 남편이 나선다. ‘어떻게든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 가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안정제를 먹고 호별 방문을 시작한다. 한 동료가 말한다. “1년 치 가스와 전기요금이야. 나는 포기 못해.” 더 말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산드라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울지 마, 울면 안 돼.” 독하게 마음먹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어떤 이는 미안하다며 표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어떤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과반수가 지지하면 내겐 재앙이겠지만 그래도 그러길 바래.” 울먹이는 그 직원 어깨 뒤로 눈살을 잔뜩 찌푸린 아내가 꼼짝도 안 하고 서 있다.

 

“나 집에 갈래.” 남편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몸부림치는 산드라의 눈에 차창 밖 풍경이 들어온다. “내가 재잘거리는 저 새라면 좋겠어” 남편이 말없이 싸안는다.

 

안정제 한 통을 다 먹고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우여곡절을 거듭한 끝에 동료 16명과 접촉이 끝난다. 영화는 한 푼이 새로운 동료들의 솔직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 같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또 당신이 산드라 라면 몇 표나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재투표 결과 8:8이 나온다. 과반수 득표를 못 한 것이다. 사장이 선심을 쓴다. 직원들 보너스도 주고, 2개월 후 계약직 자리에 복직시켜 주겠노라고. 그러나 그 자리는 산드라에게 표를 준 외국인 동료가 재계약을 고대하는 하는 자리였다. “됐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산드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온다. 그녀가 줄곧 입고 다니던 오렌지 색 티셔츠에서 섬광이 번쩍인다. 우울증 완치를 알리는 하늘의 신호려니 싶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지독한 아픔과 직면하고 나니 얼얼하다. 어느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산드라에게 관객의 표가 있으니 그녀가 이긴 것이다’라고. 영화 보는 내내 의사결정의 중심에 당사자가 빠져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미국의 영원한 퍼스트레디라 불리는 ‘엘리노어 루스벨트’의 말이 떠오른다. “당신 마음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왜냐하면,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비판받을 테니까요”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이랍니다”

 

영화제목 내일에는 Tomorrow와 My job이란 뜻이 같이 담겨있다는데…. 미스터리 가득한 산드라의 내일을 위하여 힘찬 응원을 보낸다.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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