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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블루재스민] 블루는 억제·집중 심리 반영한 색

여성주의 정체성이란 남녀가 성 역할서 벗어나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가정폭력, 성폭력, 가사노동, 시집 갈등, 우울증 등. 여러 분야에서 자행되는 성적 차별…. 간통죄 폐지를 계기로 이들이 물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주의(Feminism) 차원에서다. 여성 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 해방을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을 말함인데, 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기에 정치적이란 표현을 쓴다. 그런데 정작 다수의 개인이 문제를 내면화하고 표출하지 않기에 공론화는 물론 치유의 기회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영화가 여성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아리게, 집요하게, 때로는 황당하게 상황을 만들어 충격요법을 쓰고 있다.

 

영화 <블루 재스민> 의 주인공 ‘재스민’(케이트 블란쳇 분)은 복합적인 상황의 주인공이다. 뉴욕에 살면서 최상위층 생활을 하던 그녀는 남편 ‘할’(알렉 볼드윈 분)이 여러 여성과 외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추락하기 시작한다. FBI에 신고하고, 할은 교도소에 들어간다. 하나 뿐인 아들은 대학을 중퇴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영화는 할이 남의 돈을 끌어들여 방만하게 사업을 확장 했다고 암시하지만, 초점은 바람을 피운데 맞춰있다. 중요한 것은 가정파탄의 원인은 남편이 제공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아내가 감당한다는 것이다.

 

재스민은 어렸을 때 함께 입양되어 자란 여동생 ‘진저’(샐리 호킨스 분)를 찾아간다. 진저는 자신의 전 재산을 형부 할에게 맡겼다가 쫄딱 망하고 이혼한 후 2명의 아들과 살고 있다. 정말 억울한 것은 진저 지만 언니를 반갑게 맞이하고 옹색하지만 방 한 칸을 내준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처방식을 비교하며 조명한다. 플래시 백 기법을 많이 사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실감 나게 교차시키는 구성이 특이하다.

 

재스민은 뉴욕 시절의 호화로운 생활을 잊지 못하고 고급 일자리, 수준 있는 남자를 찾아 나선다. ‘드와이트’라는 외교관을 만나 자신을 속이고 결혼 약속까지 받아낸다. 새집을 장만하고 실내 장식을 하는데, 드와이트는 거치대가 있는 커다란 중고망원경을 가져다 창가에 비치한다. “이 망원경으로 달을 볼 거야.” 망원경 속의 달은 새로운 세상을 비추는 은유지 싶다. 밤이 찾아오면 꽃봉오리를 연다는 재스민 꽃은 달 그리고 여인 재스민의 은유인 것이고.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약혼반지를 하러 가던 날, 진저의 전 남편이 나타나 재스민의 과거를 고해바친다. 드와이트가 대로한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당연히 결혼은 못 하지요.” 길바닥에 내박차진 재스민은 그 길로 집 나간 아들을 찾아가는데 아들이 한 마디로 엄마를 거부한다. “아버지 생각할 때마다 당신이 더 싫었어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급기야 재스민은 혼잣말을 되뇌고, 폐소공포증에다 신경쇠약까지 겹쳐 약이 없으면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에디슨 치료를 받는다.

 

진저는 그런 삶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 닥치는 대로 일하고, 남자도 조건 없이 만난다. 눈에 띄는 것은 언니가 원하는 음식, 술 등을 정성껏 챙 언니가 공부할 수 있도록 집안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영화제목 ‘블루 재스민’의 블루는 그녀가 전에 즐겨듣던 ‘블루문’이란 노래에서 가져온 듯하다. ‘푸른 달이여 당신은 외톨이로 서있는 나를 보셨습니까. 마음에 끝도 없고, 연인도 없는 나를….’ 급기야 재스민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데, 블루문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며 가슴을 두드린다.

 

진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이 남자는 재스민을 몹시 싫어했음)재스민은 나도 좋은 사람(드와이트를 지칭)과 결혼한다며 집을 뛰쳐나간다. 샤워를 한 후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잣말을 되뇌는 재스민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냉정함으로 온몸에 한기가 든다. 감독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일까. 남자 주인공은 감옥에 보내고(한 번도 비춰주지 않는다) 고통은 여자 주인공이 감내하도록 하는 것은 남자 관객은 재스민을 보고, 여자 관객은 할을 보라고 종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관객은 자신의 내면을 보면서 계속 무엇인가를 끄집어내고 있었으리라.

 

세상의 모든 절망, 우울, 분노, 불안을 끌어댄 영화 같다. 어떤 네티즌은 ‘감독의 냉소, 재스민의 독백, 관객의 탄식, 세상의 침묵이 버무려진 우울하기 짝이 없는 영화다.’ 라며 답답해했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라면 치유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색채학에서 블루는 ‘자신의 세계로 향하는 억제와 집중의 심리가 반영된 색’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나라 현 ‘에서 가로등을 파란색으로 하였더니 범죄율이 30%가 감소하였다고 한다. 블루를 온전하게 수용하고 억압을 배출하는 기회로 삼자.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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