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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포스 마쥬어] 동행은 마음도 같이 가는 것

가족이란, 옆에 있어도 부재를 느끼거나 옆에 없어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

‘동행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캠페인 및 사업 이름이다. 動(동)幸(행)으로 동물들을 행복하게 하고, 同(동)行(행)으로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을 이루자는 것. 동물들이 야생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서식환경을 바꿨다. 종래 인간중심의 관점을 바꿔 동물의 관점도 배려했다. 서로 피조물이란 사실을 염두에 둔 듯하다. 안내원 말이 재미있다. 침팬지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게 무엇인지 아세요? “저 사람들, 아빠는 어디 갔어요?”예요.

 

영화 <포스 마쥬어> 를 보는데 동물원 안내원이 말하던 그 아빠가 떠올랐다. 바쁜, 힘든, 세상 걱정 많이 하는, 동행하지 않는….

 

영화는 스키 휴가로 몹시 들떠있는 한 가족이 순백의 설원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빠 ‘토마스’(요하네스 바 쿤게 분), 엄마 ‘에바’ (리사 로벤 콩슬리 분), 초등학생 딸 ‘베라’(클라라베테르그렌 분), 아들 ‘해리’(빈센트 베테르그렌 분). 이들의 시간은 저 아름다운 알프스 스키장에서 멎어버릴 것처럼 부풀어 있다. 오순도순 파티하고, 따뜻하게 잠자고, 서로를 응원하고…….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그들을 행복의 도가니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다. 오전 스키를 즐 호텔 야외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엄청난 눈사태가 쏟아져 내린다. 모두 일어나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눈사태는 삽시간에 식당 전체를 덮치고 만다. 비명, 고함…….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일 것만 같던 자리가 생각보다 빨리 진정된다. 그곳을 덮친 것은 눈사태로 인해 발생한 설풍(雪風)이었던 것.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며 옆 사람을 챙긴다. 에바도 끌어안고 있던 베라와 해리를 살피며 일어난다. “괜찮아?” “응, 괜찮아!” 이때 베라가 두리번거리면서 말한다. “아빠는 어디 있어?” 조금 뒤 아빠가 나타난다. “다들 괜찮니?”

 

가족이 호텔 방으로 돌아온다. 모두 말이 없다. 밤이 되자 이웃과 와인 파티가 벌어진다. 눈사태 이야기가 나온다. 에바가 말한다. “이이는 겁먹어서 우릴 두고 도망갔어요.” 토마스가 정색하며 부인한다.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짓 안 했어. 왜 이래.” “그랬거든?” “아니거든?”

 

후에 에바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애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토마스를 찾는데, 그이가 장갑과 전화를 챙기더니 혼자 도망가는 게 보였어. 그리고는 천지가 회색으로 변했어.”

 

부부가 호텔 복도에 서서 설전을 벌인다. 에바의 말이다. “그 시간 이후 계속 진정이 안 돼. 당신도 낯설고 나도 낯설어.” 토마스가 답한다. “서로 기억이 다르잖아. 그게 그렇게 이상해? 눈사태가 있었고 무서웠지만 아무 일 없었다. 그러면 됐지 않아?” 에바가 머리를 좌우로 크게 흔든다. “나는 우리가 같은 관점을 공유하고 의견 일치를 보고 싶다고.”

 

프랑스 영화 <파괴된 낙원> 은 바람난 아내가 집 나간 이야기를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이브 드부아즈’ 감독은 집에 남은 남편과 딸 편에 서서 가족에 대하여 색다른 정의를 내렸다. ‘옆에 있어도 부재를 느끼거나, 옆에 없어도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 모순이죠?’

 

우리 영화 <국제시장> 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를 성토하는 게 가당할지. 괜찮다고 본다. 국제시장의 ‘덕수’는 가족을 지켰으니까. 남자, 남편, 가장 중 그는 가장이었다. 물론 덕수 안에 덕수는 없었지만.

 

영화는 본능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 충격적인 상황을 덮으려 하지만 아내 에바가 동의하지 않는다. 전화기와 장갑은 챙기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꽁무니를 빼는 남편을 본능이란 단어로 합리화할 수 있느냐며. 도망가는 것은 본능이고, 그의 본능에 가족이 있었느냐고 묻는 것은 별개란 말인가.

 

‘포스마쥬어’란 불가항력이란 뜻이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 찰나의 순간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본능의 강력한 힘을 말함이다. 당신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영화가 묻고 있다.

 

꽁꽁 얼어버린 몸을 바닷물에 담그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유물을 지탱해 주던 <타이타닉> 의 ‘잭 도슨’이 떠오른다. 아들을 버리고 그 아들이 분신처럼 아끼던 자전거까지 팔아치우는 <자전거 탄 소년> 의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한다.

 

아버지, 가족과 어떻게 동행 하실래요?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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