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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함성

▲ 조민규 고창군의회 부의장

잔인한 달 4월이 지나고 5월이 된 지도 벌써 중반을 넘어 고개를 내려가는 시점이다. 5월을 가리키는 말들은 거의 모두가 밝고 화사하며 명랑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만물이 가장 생동하고 활기차며, 온 천지는 신록으로 가득 차 바깥활동하기에도 더없이 좋고 활달한 때이다 보니 그런 아름다운 말들로 5월을 칭송하는 게 아닌가 싶다.

 

5월의 절기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한다는 소만이 있는데, 특히 소만 무렵부터 여름의 기운이 들기 시작한다고 하여 본격적으로 여름이 왔음을 알리기도 한다.

 

온 천지 푸르름 속 붉은 피 솟는 고통

 

시인이 노래하는 5월에는, 눈부신 자연의 빛을 기뻐하고 종달새의 노래와 뺨을 스치는 산들바람, 아침의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는 뜨거운 피가 녹아 난다.

 

심지어 부신 초록으로 두 눈 멀고, 진한 향기로 숨 막혀,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어떻게 하느냐는 탄식까지 전하는 지경이니, 가히 아름다운 계절이고 좋은 때라 할 만하다.

 

흔히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다 하는데, 이즈음은 하늘도 높푸르지만 산하마저도 푸르러 그야말로 온 천지에 푸른 물결이 뚝뚝 떨어진다.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파란 하늘을 알리는 관광 상품을 소개하면 대박날 거라는 이야기도 있던데, 나름 좋은 아이템이라고 맞장구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세상 만물의 이치에 볕이 강할수록 어둠이 더 짙어진다고, 해마다 5월이면 가슴에 붉은 피 솟는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슬픈 모습의, 그러나 강한 투쟁의 역사가 있어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왜 하필 이 좋은 계절에 괴로운 고통을 인내하게 해야만 했는지, 역사의 아이러니라 치부하기에는 간단치 않은 아픔이 함께 한다.

 

헌법 제1조 1항으로 명시된 민주공화국의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독재에 맞섰던 5월 영령의 거룩한 뜻이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약하고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고 한다면 너무 암담한 인식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없이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모습만 보이는 것 또한 할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해 보인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그저 민주의 가치를 소중히 지키기 위해 기꺼이 한 목숨 내놓았던 갸륵한 뜻은 당연히 숭앙되어야 하고 경건한 숭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법적으로는 완전한 민주화 세력으로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폭동이나 빨갱이, 북의 사주같은 폄하세력과 한 하늘 아래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함마저 느끼고, 거룩한 뜻을 기리는 심중한 노래 하나 제대로 불러 드리지 못하는 현실에 이르러서는 지독한 자괴감에도 빠져 든다.

 

삼가 5월 영령의 명복을 빌며

 

잔인했던 4월에 물밑으로 가라앉아 버린 세월호는 여전히 수면아래 잠자고 있고, 부엉이 바위의 슬픔 또한 쉬 가셔지지 않는 5월이다.

 

영롱한 아침이슬 머금은 장미가 아름다운 건 뾰족한 가시를 감추고 있어서 라던가.

 

아프고 불편하지만 슬픔과 고통이 함께 하기에 아름다움은 더욱 빛나고 주위를 환히 비출 수 있다.

 

묘지위에 떠오른 태양이 한 낮의 찌는 더위로 시련을 더해줄망정 감추는 가시가 아닌 함께 하는 가시로 햇살 가득한 5월의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기를 기원하며, 삼가 5월 영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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