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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4기 제8강 김기봉 교수 "길 아는 사람 아닌 '길 찾는 사람'에게 물어야"

"이제는 기억이 아니라 망각과 상상 필요 시대, 역사가 낡은 것 됐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길 가야"

“과거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하는 학문이 역사입니다. 지구상에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인간은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의 삶을 바꾸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빠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경험과 지식에 대한 기억(역사)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런 시대에 과거의 사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기능을 역사가 담당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기억이 아니라 망각과 상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역사라는 삶의 지도가 낡은 것이 되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지난 11일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 초청된 경기대 김기봉 교수(사학과)는 ‘인공지능 시대 역사와 인문학’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이제는 정답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찾는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45년이 되면 개인PC 한 대가 인류 전체의 뇌를 합한 것보다 뛰어난 연산력을 갖추게 되고, 인공지능(AI)이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적 특이점’에 이르게 된다”며 “이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느냐, 아니면 지배를 받게 되느냐의 기로에 봉착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먼저“기성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미래세대에 전수하는 교육의 기능이 40년 후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대학의 위기를 진단한 뒤 “이제는 전공지식의 전수에서 상상력 교육으로, 주어진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해답을 찾아가는 인문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등장으로 단절적이었던 이전의 관계가 융합을 통한 창조적 파괴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공의 칸막이를 버리고 경계를 뛰어넘는 열린 융복합 교육을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연 판도라의 상자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희망은 인문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 3문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역사를 우주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생물학적 전환(빅히스토리), 사피엔스만이 가진 특이성인 허구적 전환, 그리고 인문학적 전환이라는 3가지 중요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이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출연은 20만 년 전, 진보로서의 역사는 5000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류는 7만 년 전에 인지혁명을 통해 문화를 생성했다”며 “빅히스토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통섭하는 융복합 교양교육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가지 인류 종 가운데 다른 종을 모두 멸종시키고 사피엔스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타적 집단이라는 허구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 인지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기적 개체는 이타적 개체를 이기지만 이기적 집단은 이타적 집단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별개의 가상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류의 인지 덕택에 오늘날의 인류가 지구를 정복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 “과거에는 데이터가 부족해서 정보가 불확실했지만 빅데이터가 등장함으로써 이제는 정보결핍 문제가 해결되고 ‘왜’라는 질문을 할 필요도 없이 패턴이라는 지식이 생성되고 있다.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시를 더 잘 짓고, 소설을 잘 쓰게 됐다”고 든 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의미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달리 이를 즐길 수 없다. 결국은 컴퓨터가 사람을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삶을 살 때 행복하다"고 든 뒤 "꿈이 있으면 패턴을 바꿀 수 있고 패턴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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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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